'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 1국>
○·쿵제 7단(중국) ●·이세돌 9단(한국)결승>
88은 ‘참고도’ 백1로 그냥 막아야 했다. 이 경우 흑은 실전 91처럼 둘 수 없고 흑2로 젖혀야 연결된다. 자연 백3이 절대 선수가 되는데 이 한 수의 존재 여부가 지금의 공방전에선 천금의 가치가 있었다. 이 그림을 보면 백A는 언제나 선수여서 서두를 이유가 없다. 3에 이어 5가 놓이면 백은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B로 달아나야 한다. 더구나 아직 C의 공격이 남아 있다는 것도 흑엔 큰 부담이 된다.
실전은 92가 왔으나 이세돌 9단은 태연히 93으로 손을 돌린다. D로 씌우면 어쩌려는 것일까. 끝장 아닌가. 검토실은 순식간에 뜨거운 공방에 휩싸인다. 쿵제 7단도 이 순간 가슴이 쿵쿵 뛰고 있었을 것이다. 때마침 초읽기가 수를 재촉했고 쿵제는 무심코 96에 한 수 던진다. 시간 연장책이다. 한데 이 대목에서 박정상 9단의 한마디가 비수처럼 귀에 꽂힌다. “위험하다! 틀림없이 안 받을 거야. 나도 세돌이 형에게 저런 시간 연장책을 쓰다가 몇 번이나 당했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