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서독 분단극복 체험 우리도 알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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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분단 국가였던 서독과 미국의 관계에 대해서는 우리도 알아야 할 것 같아 전공자도 아니면서 감히 용기를 냈습니다. 2년 간 아무 것도 못하고 번역 작업에만 매달린 끝에 결실을 보게 됐습니다."

전 유엔대표부 대변인 서지원(53)씨가 최근 '도이치 현대사'(비봉출판사)를 번역해 발간했다. 총 분량이 2000쪽에 가까운 4권 1질의 노작이다. 원저는 미국 후버연구소가 1992년에 발간한 'A History of West Germany'. 독일이 분단됐던 45년부터 통일된 91년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서씨는 베를린 총영사관 공보관으로 부임했던 93년 이 책을 처음 접했다. 현지 언론인들이 거론하는 인물이나 사건을 잘 알지 못해 대화가 어려운 상황이 잦자 서독의 현대사를 정리해 놓은 책이 없을까 찾다가 발견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인 서씨는 81년 당시 문화공보부 장관 비서관에 특채돼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17년간 주영 대사관 공보관, 주제네바 유엔대표부 공보참사관 등 해외 다섯곳의 공보관을 지냈다. 99년 유엔대표부 대변인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서울로 돌아온 그는 "공직생활을 정리하는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다시 잡았다고 했다. 서씨는 "전승국인 미국이 어떻게 서독의 체제를 잡아갔는지를 잘 알려주는 책이라는 점을 다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번역이란 게 참 쉽지 않더군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의 사건이 두루 등장하기 때문에 이들 사건에 대한 개요나 의미를 먼저 파악해야 했습니다. 다른 책들을 짤막하게 인용한 구절의 경우 몇번을 읽어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아 관련 서적이나 인용문구의 원문을 찾아보고서야 겨우 번역할 수 있었습니다."

서씨는 번역작업을 하던 중 미국을 세번 다녀왔다. 한번은 원 저자들(데니스 바크, 데이비드 그레스)을 만나기 위한 것이었고, 나머지는 번역작업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좀 어렵고 딱딱할지는 모르겠으나 분단 국가의 앞서간 경험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의미있는 내용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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