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책 반대가 대통령 반대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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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에 관한 대정부 질문이 열린 9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上)이 이해찬 총리에게 타임지를 들어보이며 노무현 정권의 이념성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9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새 수도 건설 문제를 둘러싸고 격한 논란이 벌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8일 반대 움직임에 대해 "나는 이것을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운동 내지 퇴진 운동으로 느끼고 있다"고 한 발언이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정책에 대한 반대가 대통령에 대한 반대냐."=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이해찬 국무총리를 상대로 질문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해 노 대통령 발언을 따졌다.

"적절한 표현인가."

"가치 판단까지 하긴 그런데…강조어법으로 말한 것 같다."

"정책에 대한 반대를 대통령 반대로 봐야 하나."

"그렇게 직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정책에 대해 찬반은 있을 수 있다."

이 총리는 "정확히 표현하면 (노 대통령은) 그렇게 느낀다고 했다"고 맞섰다. 그러자 심 의원은 "아프다는 것과 아프다고 느끼는 게 뭐가 다르냐"고 따졌고, 이 총리는 "느끼는 것과 언명은 다르다"고 피했다. 급기야 심 의원은 이 총리에게 "왜 말을 빼느냐" "비겁하다"는 말까지 했다.

김기현 의원은 "노 대통령은 신행정수도건설법안이 통과된 뒤인 지난 2월에도 국민투표 가능성을 언급했었다"며 "이제와서 안 된다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김덕룡 대표권한대행도 일침을 놨다. "투정인지 협박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습관된 거 아닌가 싶어 체념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단총회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수시로 진퇴를 거론하며 국가 정책을 승부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이 발언으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극단적.감정적인 대립으로 비화되면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명백한 입장을 표명해야"=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감정에 공감했다. 이미경 의원은 "지금 와서 발목을 잡고 취소하라고 하면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가겠느냐"며 "대통령을 불신임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강래 의원은 "한나라당, 일부 언론, 그리고 반대 단체들이 서로 연합해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다 보니 급작스럽게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추세"라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을 향해 "특위 구성을 주장하는 데 그 전에 법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천명하라"고 역공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신행정수도건설법에 반대한다면 지금이라도 폐기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총리도 거들었다. "수도권은 경쟁력 자체를 해소하는 세계 최고의 인구밀도를 가진 곳"이라며 "신행정수도 건설 비용이 과밀 해소 비용과 거의 맞먹는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일각의 국민투표 주장에 대해서도 "이 사안은 국민투표를 할 수 있는 국가 안위에 대한 것이 아니다"며 "만약 국민투표를 하려면 국회에서 합의로 법을 폐기하고 헌법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불가론을 폈다.

고정애 기자<ockha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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