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 백일장]초대시조…동면을 깨고 싶다, 바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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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동면을 깨고 싶다, 바람아

제주의 토막대는 소리를 물고 있어 혈을

풀어주고 마디를 뚫어준다, 동박새 울음만

같은 음계 밖 피리소리

연신 늦가뭄에 빈혈 도진 이 섬은

응급 수혈로 수맥마다 관이 박혀

토박이 바람들 모여

겨울을 성토하는

이따금 터진 하늘로 새떼가 비상한다

이쯤이면 쇠똥에도 터를 잡은 산냉이꽃

앞질러 갓길 너머로

봄빛을 나르고 있다

아득하다 퍽퍽 불을 토하던 화산도여

혼절한 목련들 남쪽 가지가 따스하다

동면도 오늘 같으면

깨고 싶다, 바람아

홍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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