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교육 신설 초등학교, 위장전입 몰려 북새기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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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열린 교육을 하려다 보니 콩나물 교실이 됐습니다.”

수준별.개별수업 위주의 '열린 교육' 을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최신식으로 지은 서울시내 신설 공립초등학교들이 오히려 콩나물 교실로 변하면서 '닫힌 교육' 이 될 위기에 빠졌다.

지난 94년 2백여억원을 들여 '수준별 교육시설' 로 개교한 서울노원구중계동 불암초등학교는 올해 취학하는 어린이 10개 학급을 배정한 결과 학급인원이 42~43명으로 적정 수용규모인 30명을 훨씬 초과한데다 법정정원인 39명을 넘었다.

이에 따라 오전.오후반의 2부제 수업이 불가피해 특별교실로 꾸며놓은 실과실.음악실 등을 일반교실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

4학년 담임 이세원 (李世遠.46.여) 교사는 “교실벽을 터 공간을 넓게 쓰고 조별 토의식 수업과 개별지도가 가능토록 시설은 돼 있지만 학생수가 적정인원인 30명을 훨씬 넘어 수업진행이 힘들다” 고 말했다.

이처럼 열린 교육의 취지가 무색하게 된 원인은 “학생수준에 맞춰 개별지도하고 교육환경도 좋다” 며 타 학구에 거주하는 학부모들이 대거 주소를 옮겨 전.입학해왔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열린 교육 시설' 로 지정돼 지난해 2백50여억원을 들여 개교한 서울시중랑구면목동 중목초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올해 신입생의 학급당 학생수가 10개반에 45명씩이어서 2부제 수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열린 교육 시범학교' 로 지난해 11월 개교한 서울송파구거여동 거원초등학교도 올해 첫 신입생을 받으면서 취학어린이가 2백80명정도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4백명 이상 몰렸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의 질' 을 높이기 위해 동사무소와 합동으로 방문조사를 통해 위장전입자를 색출키로 했다.

거원초등학교 이상승 (李相升) 교감은 “부모와 학생이 실제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거나 학생만 주소이전이 돼 있을 경우 위장전입자로 간주해 타학교로 돌려보내겠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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