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김종필총리 인준 '巨野허물기'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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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의 '표결 참여' 방침이 전해지자 여권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새로운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안도하는 이유는 'JP총리서리를 통해서냐, 고건총리를 통한 각료 제청이냐' 를 둘러싼 고민을 덜었기 때문. 전자의 경우 위헌시비를, 후자는 새 정부 출범의 모양새를 구기는 사태를 가져온다는 부담을 갖고 있던 터다.

그러나 표결에 따른 걱정은 여전하다.

한나라당이 '무기명 비밀투표' 로 참여할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행정공백과 국가신인도 추락을 부각시킨 여론업기 전략은 먹혔지만 한나라당의 강경분위기가 선뜻 바뀌지는 않을 것" 이란 전망들을 하고 있다.

이정무 (李廷武) 자민련총무는 "백지투표 등의 변칙적 방식을 구사할 경우 자칫 부결로 결판날 가능성이 있다" 며 "여야간 변칙시비로 또 국회가 유회되면 정부출범은 다시 늦어지면서 총리서리 체제가 재강행돼야하는 사태도 올 수 있다" 고 걱정했다.

때문에 영수회담에서 '무기명 비밀투표' 라는 표결방식을 합의해내지 못한데 대한 불만도 나왔다.

어쨌거나 국민회의.자민련 양당은 27일 오후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각개설득 전략을 투표당일인 2일까지 계속키로 했다.

◇ 대야 (對野) 설득 = 여권은 우선 한나라당의 임명거부 당론화를 막고 비밀투표 방식이 채택되도록 최대한 공을 들인다는 것이다.

주말을 반납하고 친분.상임위.구연 (舊緣) 을 총동원한 1대1접촉을 계속키로 했다.

비밀투표가 이뤄질 경우 한나라당 의원 15명 이상을 찬성표로 끌어들이면 임명동의가 가능하다는 게 여권의 계산이다.

현재 이명박 (李明博).김석원 (金錫元).홍인길 (洪仁吉).황병태 (黃秉泰).김화남 (金和男) 의원 등 5명의 의원직 사퇴로 의원정원은 2백94명. 과반수 확보를 위해선 1백48명의 의원이 필요한 상태. 국민회의 (78명).자민련 (43명) 등 여당의원 1백21명과 국민신당 (8명).무소속 (4명) 의원을 합치면 1백33명이다.

이들이 모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질 것을 전제로 한 계산이다.

자민련은 의총에서 "주말을 반납하고 한밤중에라도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라" 는 이정무총무의 당부가 있었다.

"불참자 등을 감안, 최소한 20명 정도는 얻어야 안심할 수 있다" 는 분석도 나왔다.

◇ 변칙투표 저지대책 = 양당은 한나라당이 백지투표 (기권) 를 할 경우를 대비해 투표함 앞 참관인석 (2명)에 '완력있는' 여당의원 1명을 앉힐 계획. 백지투표를 투입하는 것이 발견될 경우 이의를 제기하고 국민회의.자민련 양당의원들이 투표함과 단상을 점거, 본회의를 중단시킨다는 것. 이를 위해 의원들을 3개조로 나눠 기동성있게 대처하도록 했다.

그러나 짧은 순간 백지투표 여부를 체크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제기돼 개표과정에서 무더기 백지투표가 나올 경우 이를 문제삼아 투표자체를 백지화시킨다는 방법도 강구중이다.

한나라당내 '우호적 의원' 들을 중심으로 한 불참유도 전략도 짜고 있다.

1백61명중 30명 정도만 불참할 경우 한나라당측이 백지투표를 강행하더라도 과반수의 찬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김석현·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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