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한국인' 김일섭씨 가족의 소망 "세상 빨리 안정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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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제난의 여파가 확산되면서 너나할것없이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불안감부터 덜어주시기 바랍니다.”

“소득은 오히려 줄었는데 생필품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뛰고 있어요. 하루빨리 물가가 안정됐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통계청에 의해 '평균 한국인' 으로 선정된 김일섭 (金一燮.39.교보생명 과장.서울마포구공덕동).구정례 (具正禮.38) 씨 가족 .25일 TV를 통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취임식 장면을 지켜본 이들 부부의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평균적인 가정답게 서민들의 목소리 그대로였다.

월 평균 2백20만원 내외의 소득으로 25평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초등학교 3년, 1년인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金씨부부는 “어떠한 어려움도 견뎌낼 각오가 돼 있다” 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 정치를 주문했다.

金씨는 “예전에는 부자는 아니더라도 마음만은 편했는데 요즘은 하루하루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며 “경제난이야 하루아침에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예측가능한 정치를 펼쳐 서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金씨는 또 지역에 관계없이 훌륭한 인재를 고루 등용해 이번 정권에서는 해묵은 지역감정이 반드시 해소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전업주부인 具씨는 “최근 두 아들이 다니던 피아노학원을 그만두게 하고 교통비.간식비.의류구입비까지 줄였지만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를 감당할 수 없다” 며 “金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대로 서민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친근한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具씨는 또 “학교교육이 정상화돼 두 아들에게 따로 과외를 시키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고 덧붙였다.

또 초등학생인 두 아들 참 (9).하늘 (7) 군은 “대통령 할아버지, 책가방을 가볍게 해주세요” “야구선수 박찬호 형처럼 우리를 신나게 해줬으면 좋겠다” 며 멋쩍게 웃었다.

金씨부부는 “긴 고통의 세월을 이기고 대통령이 되신 만큼 현재의 난국을 극복해 5년후 퇴임식 때는 국민들로부터 더 큰 박수를 받기 기대한다” 는 말로 대통령에 대한 신뢰감을 표시했다.

정제원·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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