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모임]대한프로사진가협회 성남시지부, 영세노인 영정사진 무료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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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할머니, 한번 크게 웃어보세요.” 25일 오전11시 성남시중원구성남동 원앙부페 2층 원앙홀. 눈부신 백색조명을 한 몸에 받은 할머니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소녀처럼 수줍게 웃는다.

이 할머니는 대한프로사진가협회 성남시지부 회원 30여명이 어려운 이웃 노인들을 위해 마련한 '영세노인 사진찍어드리기' 행사에 참석해 난생 처음 '모델'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사진가협회 성남지부 회원들이 노인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노인들이 돌아가셨을 때 변변한 영정사진 한 장이 없어 주민등록증이나 증명사진을 들고 와 확대복사해 달라고 요구하는 가족들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 회원들은 초상집에서 이러한 어색한 사진들을 볼 때마다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모두가 그런 기분을 이해할 수 있어서인지 회원들은 각자 5~10만원씩을 내 노인들에게 사진을 찍어드리는 것은 물론 근사한 식사대접과 노래자랑 행사까지 열기로 마음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 참여해 사진을 찍은 1백여명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은 대부분 홀로 사는 생활보호대상자들. 보증금 1백만원에 월세 4만원짜리 사글세방에 사는 金효승 (77.여.성남시중원구중동) 할머니는 “이쁘게 나온 사진을 갖게 돼 새로 시집을 가도 될 것 같다” 며 기뻐했다.

임재국 (林裁國.38.성남시중원구하대원동) 지부장은 “경제가 어렵다보니 사진관 경영도 쉬운게 아니지만 좋은 시절에야 누구나 좋은 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번 일을 추진하게 됐다” 며 앞으로도 이같은 행사를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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