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국무총리안 타협 가능성…한나라당,영수회담 전격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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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5일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한승헌 (韓勝憲) 감사원장지명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의 불참으로 유보되면서 26일로 예정됐던 새로운 정부조직법 공포와 새 내각 구성 등 국정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이상득 (李相得) 한나라당 총무가 이날 저녁 이정무 (李廷武) 자민련 총무를 통해 여권에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 극적인 타협 가능성도 있다.

이상득총무는 김종필총리 임명과 관련한 유감 등을 담은 대통령의 대 국민담화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밤 청와대에서 김종필 총리지명자.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 및 국민회의.자민련 양당 총무와 총리임명동의 관철방안과 내각의 비상운영방법 등을 논의,가능한 법적 방법을 검토하면서 2~3일간 한나라당을 더 설득키로 했다.

金대통령은 한나라당이 계속 거부하면 김종필 총리지명자를 총리서리 (署理) 로 임명하거나, 고건 (高建) 총리의 서명으로 새 정부조직법을 공포한 후 총리제청이 필요없는 새 내각의 차관을 먼저 임명해 당분간 과도기적으로 내각을 운영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金대통령은 정식으로 임명동의가 안될 경우 총리서리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더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은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서리체제도 합헌이라는 헌법학자 (金哲洙교수) 의 해석도 있다" 고 설명했다.

金대통령측은 지금까지 총리서리에 의한 각료제청은 위헌시비에 휩싸일 수 있다며 서리체제를 피해왔다.

朴대변인은 또 "대통령의 김종필총리 임명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다" 며 "국민회의 관계자들에게 이의 관철을 지시했다" 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두개의 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이 김종필총리 임명동의를 반대하며 본회의에 불참해 회의는 유회됐다.

한나라당은 총리지명자 교체를 요구하고 있지만 金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金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즉각 국회에 출석,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총리임명동의안에 대한 찬반의사를 표시해 달라" 고 촉구했다.

국회에서 총리임명동의가 지연됨에 따라 김영삼 (金泳三) 정부에서 임명된 高총리와 각 부처 각료들도 사퇴서 제출을 유보했다.

또 각 부처의 주요 업무 결재가 미뤄지는가 하면 정부기구 개편에 따라 사무실을 옮겨야 하는 몇몇 부처들은 아예 일손을 놓고 정치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본회의에 앞서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김종필 총리임명 반대 당론을 거듭 확인한 뒤 본회의에 불참했다.

자민련 변웅전 (邊雄田)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국회에 불참한 것은 기본적인 의무마저 저버린 무책임한 국정포기 행위" 라고 비난한 뒤 "어려운 국가적 현실을 생각한다면 마땅히 총리임명에 협조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김교준.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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