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외국돈 5조원 밀물…전면개방에 투자 수직상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지난해 12월중순 국내증시가 전면개방된 이후 외국자금 유입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그간 평균환율로 환산해 30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당초 예상보다 외화가 빠른 속도로 증시에 흘러들어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올들어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신규로 매입하기 위한 외국인들의 투자등록이 급증하고 있어 오는 연말까지 외국자금 유입액은 정부가 당초 목표로 삼았던 50억달러선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종목당 한도가 26%에서 50%로 대폭 확대된 지난해 12월11일부터 지난 23일까지 70여일간 외국인투자가들은 5조9천2백3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고 2조4백52억원어치를 팔아 3조8천7백78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1조1천2백99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직접금융시장에 유입된 외국인자금이 5조77억원에 달했다.

재정경제원은 개방조치 당시 증시의 외국자금 유입 규모를 올해말까지 50억달러로 추산했고 증권거래소도 외국인 선호종목을 중심으로 주식투자 한도확대 효과를 1조3천억~2조7천억원으로 잡았던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외화조달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증권거래소측은 이에 대해 "원화값과 주가가 동반폭락하고 금리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한국증시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이 급격히 부각된 때문" 으로 풀이했다.

한편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식 신규투자를 위한 외국인들의 투자 등록건수는 연평균 1천건 정도에 그쳤으나 올들어 불과 두달도 안돼 5백83건에 달하고 있다.

채권투자의 경우는 지난 21일 현재 6백45건으로 지난해 전체 등록건수의 3분의2에 이른다.

증시 전면개방 이후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한 주식은 삼성전자.한국전력.삼성전관 등이었고 이에 반해 금융불안 탓에 은행.종합금융 등 금융업종은 외면하다시피 했다.

채권시장은 주식시장보다 외국인매수세가 뜸했지만 산업금융채권.통화안정채권 등 발행주체의 신용도가 높은 특수채는 인기를 끌었다.

홍승일·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