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가는 김대중대통령당선자]취임식 예행연습, 組閣 막바지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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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는 제15대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24일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당선 후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공식 일정이 없기는 처음. 취임식 준비를 위해 남겨둔 하루라는 게 공식 설명이지만 측근들은 누구를 만나 국정을 논의하는 것보다 대통령으로서의 각오와 자세를 새롭게 다지기 위해 차분한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일정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金당선자는 이날 삼청동 임시공관에서 오랜 습관대로 조간신문을 읽으며 여론을 관찰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주요 기사로 보도된 각료 인선이나 검찰의 비자금 사건 수사종결에 대한 여론반응을 세심하게 들여다봤다.

이어 여느때와 다름없이 측근들과 조찬을 함께 했다.

조찬에는 김중권 (金重權) 비서실장 내정자, 박지원 (朴智元) 공보수석 내정자,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과 경제고문인 유종근 (柳鍾根) 전북지사가 함께 했다.

한 참석자는 "아침식사 멤버들은 평소와 별로 다르지 않다" 며 "취임 전날이라고 해서 별스런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고 말했다.

金당선자는 김종필 총리지명자의 국회인준에 대해선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국회 인준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단연 주된 소재였다.

金당선자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차츰 무기명 비밀투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참으로 다행스럽다" 고 언급했다.

박상천 (朴相千) 총무로부터 국회상황에 대한 전화보고를 받은 뒤엔 끝까지 설득해 모양새 좋게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하라는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료 인선에 대한 마무리 논의도 있었다.

金당선자는 김중권 비서실장내정자를 별도로 불러 입각 대상자에 대한 마지막 검토를 했다.

통보방식도 협의됐다.

金당선자는 이어 그동안 미뤄왔던 취임식 준비상황을 꼼꼼히 점검했다.

아침식사 뒤 김한길 인수위대변인.정동영 대변인과 함께 취임사 낭독 리허설을 가졌다.

연설문이야 한달전부터 다듬어왔지만 이날 낭독 예행연습을 통해 다시 한번 조탁했다.

취임사야말로 경제위기에 처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金당선자가 한마디 한마디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 오찬은 배석하는 이 없이 金당선자 혼자 했다.

이어 취임식날 저녁 만찬에서 낭독할 만찬사를 검토하고 축하 리셉션 인사말을 구상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金당선자는 오후5시까지 임시공관에 머무른 뒤 취임전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일산 자택으로 향했다.

미국 유학중 취임식 참석차 귀국한 3남 홍걸 (弘傑) 씨도 이곳에 묵고 있다.

金당선자는 저녁에도 공식적인 손님을 사양했다.

대신 가족들에게 앞으로의 몸가짐에 신중할 것을 거듭 당부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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