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김종필총리 인준]여당 막판 설득 총력…여론에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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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종필 (金鍾泌)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문제를 놓고 여야간 기세싸움이 치열하다.

이 문제는 향후 정국운영의 주도권 향배와 야당의 존립이 걸린 핵심 이슈가 돼버렸다.

여야 지도부가 주재하는 대책회의에는 이런 절박한 분위기가 배어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일단 한나라당의 저지를 정면 돌파함으로써 거야 (巨野) 의 내분을 촉발하고 정국의 흐름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로서도 대선공약인 '김종필총리' 체제를 비켜갈 수는 없다.

한나라당은 JP동의안 부결을 성사시켜 거대야당의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양측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벼랑끝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양당은 23일 각각 간부회의, 의총을 잇따라 열고 막판 전략을 점검했다.

양당은 성명서와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여론에 호소하는 한편 설득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마음이 달라지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키로 했다.

양당은 당론으로 총리인준안을 거부키로 한 21일 한나라당 의총 결과가 우려스럽지만 한나라당을 자극시키지 않기 위해 발언수위는 마지막까지 조절할 생각이다.

양당 총무단은 또 국회의장을 방문, 초당적인 자세에서 파행적인 의사진행을 막아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자민련보다는 느긋한 국민회의는 결국 '각개격파식' 으로 한나라당 의원을 설득하는 것밖에 없다는 결론을 확인했으나 열성은 역시 떨어지는 느낌이다.

김영진 (金泳鎭) 의원은 지연.학연.친분관계를 바탕으로 조 (組) 를 짜 설득작업을 보다 조직적으로 벌이자고 제안했고, 당 지도부는 소속 상임위별로 접촉대상자 명단을 작성, 의원들에게 배분했다.

박상천 (朴相千) 총무는 "한표로 인준여부가 판가름날 수 있으니 25일 본회의엔 한사람도 빠짐없이 참석해 달라" 고 누차 당부했다.

또 한나라당이 백지투표 방법 등을 동원, JP총리인준 반대를 계속할 경우는 단호히 '저지' 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행동방침은 25일 한나라당 의총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키로 했다.

한나라당에 파국을 막기 위한 3당 3역으로 구성된 9인회의도 제안했다.

자민련은 이정무 (李廷武) 총무가 이상득 (李相得) 한나라당총무를 만나는 등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개별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다.

개인적인 약속은 모두 취소시켰으며 한나라당 의원 한명이라도 더 만나고 당에 결과를 보고토록 하는 등 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비공개로 열린 의총에서조차 한나라당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극도로 자제했다.

의총이 채택한 결의문도 부드럽게 처리됐다.

자민련은 한나라당도 험한 상황의 도래를 의식, 막판에 자유투표를 일임할지도 모른다며 기대를 꺾지 않고 있다.

그래서 모든 권한을 원내총무에게 일임하고 25일 오전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행동방침을 결정키로 했다.

25일 오후 의총을 소집,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것. 박태준총재도 직접 나서 “최후 승리는 우리 것” 이라며 의원들을 독려했다.

한마디로 필사적이다.

남정호·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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