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도 외국인 유치 붐…국제체인망 중개업체에 매물 700여건 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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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부동산시장에 외국 바이어 유치 바람이 거세다.

돈이 급해 부동산을 처분하려 해도 경기침체로 팔리지 않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세일이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센추리21.ERA 등 전세계에 체인망을 갖고 있는 외국 부동산중개업체 국내 법인에는 매물 의뢰가 폭주하고 있으며 인터넷이나 전자우편에도 외국 투자가를 찾는 부동산 매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외국계 부동산중개업체 등에 의뢰된 매물은 줄잡아 7백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센추리21의 경우 지난해 20~30건에 불과하던 매물이 올들어 두달 사이에 5백여건으로 늘었다.

이들 매물은 국내에서 팔기 어려운 덩치 큰 기업 부동산이 대부분이지만 수억원으로도 매입이 가능한 '알짜' 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개업체들은 쏟아지는 매물을 소화하기 위해 세계 각국 체인망을 통해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주한 외국대사관과 영사관.상공회의소.문화원 등을 대상으로 안내서를 발송하거나 외국신문에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한국센추리21 권오진사장은 이와 관련, "그동안 유치활동으로 1백여명의 외국 투자가들을 확보, 각 매물에 대한 투자설명을 하고 있다" 면서 "외국 투자가들의 경우 월세 등 임대수익이 보장되는 임대빌딩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가 이뤄진 사례는 많지 않다.

정부가 일반 외국인에 대해 부동산시장을 개방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아직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거래가 성사됐다 하더라도 가계약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는 상태다.

중개업체들은 조만간 법적 뒷받침이 이뤄져 부동산시장이 완전 개방될 경우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러시를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러화의 가치가 두배 가량 높아진데다 부동산값은 크게 떨어져 지난해 상반기 가격의 30~50% 수준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외국기업과의 직접 접촉도 늘어 H.D 등 일부 건설업체들은 돈이 없어 중단한 개발사업을 외국 투자가와 합작으로 추진하기 위해 미국.호주 등의 기업을 유치중이며 공기업인 한국토지공사도 주한 외국대사관.기업 등에 자사보유 부동산 판촉활동은 물론 인터넷에도 매물을 띄워놓고 있다.

최영진·유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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