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닥잡힌 이라크사태…협상결과 수용 유동적, 공격여지 남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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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전쟁으로 치닫던 이라크사태가 22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의견접근에 따라 평화해결 쪽으로 조심스럽게 선회하게 됐다.

의견접근의 구체적인 내용은 즉시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엔대변인이 “실질적인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고 발표함으로써 모종의 합의를 도출해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이라크사태에서 미국은 그동안 아무 조건없는 사찰과 사찰지역의 전면 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미국인은 사찰단원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이라크의 주장도 미국은 일축해왔다.

미국의 강경한 자세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았던 아난 총장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대통령궁 중에서 주거용으로 확인된 곳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에 대해 한정하자는 중재안을 꺼냈다.

또 자신이 지명하는 외교관들이 유엔 무기사찰단원들의 대통령궁 사찰시 동행케 하는 프랑스의 협상안도 반영, 이를 지지해온 이라크의 얼굴도 살려줬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접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쟁점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은 타결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부연함으로써 이를 시사했다.

서방측 분석에 따르면 미타결된 쟁점은 이라크측이 아직도 대통령궁에 대한 유엔무기사찰단의 규모와 사찰기간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후세인은 “60일 이상은 안된다” 고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후세인 대통령과 아난 총장간의 합의내용에 미국측 의견이 어느 정도나 반영됐는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여서 아직까지 무력충돌의 위협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는 없게 됐다.

특히 양측 합의사항에 대한 미국의 '승인' 여부도 미지수다. 이제 이라크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느냐 여부는 22일 밤 아난 총장과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 등과의 후속회의 결과에 달려 있다.

이 후속회담에서 더욱 진전된 합의가 도출되고 미국측이 이를 수용하게 된다면 이라크사태는 원만한 해결을 보게 된다.

미국은 그러나 '아난 카드' 가 미국의 전적인 동의하에 이뤄진 것이 아님을 누차 강조해왔고 언제든지 무력을 동원할 수 있음도 분명히 해왔다.

결국 미국이 아난의 중재안을 최종적으로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마지막 변수로 남아 있는 셈이다.

고대훈·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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