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학자금융자 농촌출신 남아돌고 도시출신은 '별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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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출신인 H대 3년 鄭모 (22.서울동대문구제기동) 군은 지난17일 입학후 처음으로 학자금 융자를 신청했다.

그동안 받아온 아버지 회사의 학자금 보조가 IMF여파로 이번 학기부터 끊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鄭군은 "도시출신 학생에게 돌아가는 학자금대출 추천서가 39장밖에 배정되지 않았는데 이미 2백60여명이 신청했다" 는 학교 관계자의 말을 듣고 휴학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농촌 출신인 K대 2학년 李모 (20) 군. 그는 이달초 농어촌학자금 융자를 신청할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뒤늦게 신청해도 될까" 하며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李군은 "농어촌출신 학생들은 신청만 하면 거의 다 받을 수 있다" 는 학교측 얘기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IMF 한파속에 가계 (家計) 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시출신 대학생들의 학자금 융자가 '하늘의 별따기' 다.

교육부 산하 한국장학회에 따르면 전국 1백55만명의 대학생 (전문대포함) 중 농어촌 출신 대학생은 10% 수준인 15만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간 총 8백70억원 규모의 학자금중 63%인 5백46억원이 농어촌출신 대학생에게 돌아가도록 돼 있다.

교육부가 이자 4.75%를 지원하고 개인이 연 7.5%를 부담하는 '금융기관 학자금대출' 규모는 6백70억원인데 이중 3백46억5천만원은 재원을 부담하는 농협이 수혜대상을 농민 자녀로 한정하고 있다.

'한국장학회' 가 지원하는 '무이자장학금융자' 2백억원도 대상을 농어촌 출신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같은 수급불균형 때문에 수도권 1백여개 대학은 최근 '무이자장학금융자' 에 배정된 학생수의 절반도 채우지 못해 농어촌출신이 많은 지방대학쪽으로 넘기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대는 올해 농어촌출신 무이자장학금 수혜 대상자로 87명이 배정됐지만 신청자가 11명에 불과했고 84명이 배정된 경희대에서는 35명만이 신청했다.

반면 도시학생들이 유일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융기관 대출의 경우 1백명이 배정된 서울대의 신청자가 5백명을 넘어섰고 동국대는 이미 경쟁률이 10대1을 넘어선지 오래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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