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459. '튿어진' (?) 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불어난 뱃살 때문에 예전에 입던 옷이 몸에 맞지 않아 고민하는 때가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억지로 입어보려 하지만 "북~"하고 실밥이 '튿어지는' 소리를 들을라치면 그동안 몸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다.

옷이 몸에 맞지 않아 실밥이 터졌을 때나 쌀부대의 꿰맨 자리가 잘못돼 쌀이 흘러나오는 경우, 많은 사람이 "옷(쌀부대)이 튿어졌네"라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표준말이 아니다. 표준말로는 "옷이 뜯어졌네" "옷이 타(터)졌네"라고 해야 한다.

'튿어지다'의 본말인 '튿다'는 '뜯다'(전체를 조각으로 떼어내다)의 경기.제주 지방 사투리, 또는 '헐다'(물건을 무너뜨리거나 꺼내 쓰다)의 제주 지방 사투리로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뜯어지다'는 "옷이 찢어지다"처럼 본말 '뜯다'에 '-어지다'가 결합한 형태로 피동형을 나타낸다. 또한 '타(터)지다'는 "실밥이 타(터)지다"처럼 '옷의 꿰맨 자리가 갈라지다'라는 뜻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뱃살 때문에 옷이 뜯어지지 않기 위해선 운동이 꼭 필요하다.

한규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