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어 세계적 미디어 기업 키워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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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여정이 드디어 마무리됐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1일 일본에서의 기자간담회 도중 이렇게 말했다. 그 여정은 미디어 선진국들에 대한 벤치마킹 작업을 의미했다. 그는 지난 2월 프랑스·영국에 이어 4~8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일본에 와 있던 차였다. 최 위원장은 “배우고 느낀 점을 향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키워드들이 자리 잡게 됐을까. 현지 발언과 각 나라 상황을 종합해 보면 답이 대략 나온다. 이는 크게 ▶디지털 혁명 ▶탈규제 ▶글로벌 미디어 기업 육성 ▶공영방송 개혁 ▶신문산업 지원으로 요약된다. 최 위원장은 “디지털 시대 개막은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이데올로기 공방에 발목 잡혀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계는 디지털 혁명 중=그간 가장 많이 오갔던 단어가 ‘디지털’이다. 선진국들은 디지털 시대를 선점하려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미국은 올 6월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한다. 우리보다 3년 이상 빠르다. 미국 타임워너사가 ‘TV를 모든 곳에서(TV Everywhere)’로 정했을 정도로 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공교로운 건 세계가 모두 한국의 디지털 잠재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술은 최고, 법과 제도는 아날로그’가 우리 자화상이기도 하다. 최 위원장은 “개혁을 소홀히할 때 IT 신화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가 대세=방문 국가들 중 우리처럼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원천 금지하는 나라는 없었다. 일본은 신문사들이 방송시장에 진출해 주요 민영방송을 소유하고 있다. 발행 부수가 가장 많은 요미우리 신문은 니혼TV, 아사히 신문은 TV아사히, 마이니치 신문은 TBS, 산케이 신문은 후지TV를 갖고 있다. 최근엔 규제의 틀을 더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반면 한국은 1980년 신군부가 방송 장악을 하기 위해 만들어 놓았던 미디어 구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세계적 미디어 기업 육성= 미국 타임워너와 디즈니 그룹 측은 “미국의 ‘열린 시장’과 ‘적은 규제’ 원칙이 오늘의 기업을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도전장을 냈다. 그는 지난해 미디어 규제 완화를 통해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공영은 공영답게, 민영은 민영답게=프랑스에선 올 2월 공영방송의 광고를 없애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영국 BBC와 일본 NHK도 공영성을 높이는 개혁에 돌입해 있다. 각국은 공영방송의 기능을 강화함과 동시에 나머지 영역엔 산업적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신문산업 지원=신문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지원책 마련도 활발하다. 프랑스는 신문에 대한 정부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미국도 신문 규제를 푸는 방안이 국회 내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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