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사모펀드 만들어 대기업 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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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산업은행이 프로젝트별 사모투자펀드(PEF)를 만들어 대기업 계열사 인수 등 기업 구조조정에 참여한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채권단이 몇 개 대기업에 대해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고, 또 다른 그룹은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산업은행이 중심이 된 PEF가 계열사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계열사 매각에 대한 대기업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PEF가 인수한 기업을 재매각 후 이익이 남으면 그 일부를 원소유주에게 분배하고, 원소유주가 계열사를 다시 인수할 수 있는 권리도 주기로 했다.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자로 결정된 한화그룹에 계열사 매각을 종용하면서 제안했던 것과 같은 방안이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 산하의 동부메탈 등이 산은의 PEF에 매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산은은 프로젝트별로 조성하는 PEF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민 행장은 “국민연금은 PEF 참여에 긍정적인 의사를 나타냈고, 여러 군데의 해외 기관투자가도 PEF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수합병에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련, 민 행장은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9월에 출범하는 산은지주회사를 향후 2~3년 내 국내외에서 상장하는 게 목표”라며 “수신 기반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산은지주 상장 전에 국내외 은행의 인수를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국내에선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을, 해외에선 중국·인도의 시중은행을 인수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GM대우에 대한 자금지원과 관련해 민 행장은 “GM이 GM대우의 장기적인 발전 방안까지 고려한 해결책을 제시해야만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하는 대가로 산은은 현재 28%인 GM대우의 지분을 추가로 더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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