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옮기면 성장률 둔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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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길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수도 이전 다음해인 2013년부터 매년 1%가량씩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줄어드는 GDP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모두 144조원에 달한다.

서승환(48)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8일 한국부동산연합회 주최로 열린 새 수도 관련 세미나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서 교수는 "비수도권보다 수도권의 생산성이 높은 상황에서 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하면 국민소득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수도 이전 다음해부터 GDP가 매년 0.91%씩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정부와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서 교수는 "수도권 인구의 2.5%인 약 55만명이 충청권 새 수도로 옮겨가고,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생산성이 10% 높다고 가정해 비용을 추정했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생산성 차이는 국토연구원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등의 기존 연구 결과를 준용했으며, 이번 분석은 한국은행 등이 사용하는 계량경제학의 일반적 분석방법을 따랐다고 서 교수는 밝혔다.

서 교수는 "정부는 수도 이전 비용을 단순히 45조600억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수도 이전에 따른 국민소득 감소와 물류 비용 증가, 부동산 시장 불안 등에 따른 간접비용을 감안하면 수도 이전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수도 이전 비용을 다른 형태의 지역균형 발전 정책에 쓰는 게 차라리 효과적일 수 있는 만큼 경제성장을 희생해서라도 수도 이전을 강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국민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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