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과음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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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의 옛 문헌에 나타나는 술의 다섯가지 유래 가운데 가장 오랜 것은 기원전 4000년께인 하 (夏) 나라 우 (禹) 왕때 처음 만들어졌다는 기록이다.

진시황 (秦始皇) 까지의 역사를 다룬 '전국책 (戰國策)' 이란 문헌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옛날 황제의 딸 '의적' 이 술을 맛있게 만들어 하나라 우왕에게 올렸더니 우왕이 이를 맛보고는 '후세에 반드시 이 술로 나라를 망치는 자가 있을 것' 이라고 말하고는 술을 끊고 '의적' 을 멀리 하였다." 하나라가전설상의 왕조일 따름이니 사실여부를 알 길은 없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우왕은 맛이 훌륭하고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그 '이상한 물' 이 필시 인간의 삶에 적잖은 폐해의 요소로 작용하리라 짐작했을 법하다.

아닌 게 아니라 술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약으로 쓰이는가 하면 제사나 기원 (祈願) , 혹은 축하행사에 쓰이는 등 긍정적 측면이 많았으나 인간의 건강을 상하게 하거나 탈선케 하는 등 부정적 측면도 많았다.

술의 나쁜 속성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술 마시기를 싫어하거나 술을 마셔서는 안되는 사람에게까지 억지로 마시게 한다는 점이다.

조선조 초기에서부터 시작된 '신래침학 (新來侵虐)' 의 풍습이 좋은 예다.

'신래' 란 관청에 첫발을 내디딘 오늘날의 '신참' 을 뜻하는데, 선배와 고참들이 일찍부터 후배의 기를 꺾어놓겠다는 생각에서 신참에게 술을 내게 하고 인사불성 (人事不省) 이 되도록 마구 퍼먹이는 풍습이다.

성종 (成宗) 때에 이르러서는 이 풍습이 전국적으로 번져 큰 사회문제로 대두됐다는 기록도 있다.

이 못된풍습은 오늘까지도 줄기차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술은 빨리 마시거나 짧은 시간에 많이 마실수록 신체에 치명적이라 한다.

혈중 알콜농도 1.0%를 치사량으로 봤을 때 맥주 큰 병 18병.위스키 1.7병.청주 1되 8홉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를 15분내에 마시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직장에서, 군대에서 마치 '통과의례' 처럼 치러지는 현대판 '신래침학' 이 문제되는 것도 신참들에게 술을 빨리, 그리고 짧은 시간에 많이 마시게 한다는 점이다.

재작년 어느 지방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음주사망사건이 발생하더니 서울에서 또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이런 야만적인 음주문화가 언제까지 되풀이될는지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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