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국인 대주주와의 공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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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주식매집을 통해 상당수 우리 우량기업의 대주주로 등장하고 있다.

삼성그룹계열중 에스원에 이어 삼성전관의 외국인지분이 두번째로 50%를 넘었고, 이밖에도 아직 50%는 안되지만 외국인이 최대주주인 우량기업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 사실만 보면 금방 유력 국내기업이 외국인에게 경영권을 빼앗기고 경제는 종속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건 달러당 원화환율이 거의 두배로 뛴데다 주식가격이 약세이기 때문에 1년전에 비해 4분의1 혹은 그 이하로도 주식매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으로선 우리가 팔려고 내놔도 장래가 불투명하거나 가망이 없는 기업에는 흥미가 별로 없다.

만약 부실기업을 매입하는 경우에는 가격을 가차없이 깎으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외국인들이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주식매집을 계속한다는 예상하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의 경영층을 긴장시키고 있는 최근의 사태는 정부가 외국인투자를 개방한 이상 제도적으로 막을 방도는 없다.

따라서 기업이 경영권을 계속 지키려면 비교적 투자수익에 주된 관심이 있을 뿐 경영권 장악의도가 없는 우호적인 자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국제규범에 맞는 투명한 경영을 해 주주의 권익을 충실히 보장해주는 새로운 경영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전처럼 기업수익을 다른 계열기업에 빼돌려 투자하는 관행을 되풀이한다면 최악의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이 담합한 적대적 매수를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최근 외국인 주식매집과 아울러 기업 인수.합병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쟁국이 경쟁상대 기업의 힘을 빼기 위한 적대적 의도를 갖고 투자하는 경우다.

또한 단기투자자금이 특정기업의 일정지분을 장내에서 사들인 뒤 경영권에 도전하는 것처럼 협박해 장외에서 다시 비싼 값에 되파는 그린메일 행위도 경계대상이다.

따라서 정부는 그 대비책으로 지주회사의 설립, 기관투자가의 의결권행사 허용, 이사의 임기분산 및 선임요건 강화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이제는 경영권방어를 중요한 경영목표로 삼고 자구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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