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여당의 엉뚱한 비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조강수 사회부 기자

"일부 소장파 검사 사이에서 현역의원, 특히 여당 의원의 당선 무효를 이끌어내면 능력 있는 검사로 인정받는다는 기류가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저는 이 흐름을 '성과에 급급한 소영웅주의'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자신의 홈페이지와 열린우리당 게시판에 '매를 드십시오…맞겠습니다'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박창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반대 표를 던진 의원을 색출하자는 당내 움직임을 비판하는 대목도 있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이 주된 내용이었다.

일부 당원은 "비난받을 것을 감수하면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것은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검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사태의 본질이 마치 출세욕에 빠진 검사들의 무리한 수사에서 기인한 것처럼 주장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소장 검사는 "개혁적 성향을 가졌다는 젊은 국회의원의 생각이라고는 이해가 안 된다"며 "스스로 정화를 해도 모자랄 판에 국회가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현재까지 구속된 열린우리당 오시덕.강성종 의원, 한나라당 이덕모 의원 등 세명과 비교할 때 선거운동원에게 지급한 돈이 5000만원을 넘는 등 사안이 무거워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 4.15 총선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법처리 잣대를 적용, 돈 안 쓰는 선거 풍토 조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당선자만 91명을 입건해 19명을 기소했고, 44명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치 신인'으로서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면 구태가 더 이상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는 한 네티즌의 반응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조강수 사회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