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 취임맞아 청와대 토론 공간 재배치등 아이디어 백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청와대가 새 주인을 맞으면서 대통령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충언 (忠言) 과 고언 (苦言) 을 담은 책들이 나오고 있다.

연세대 행정학과 최평길 교수는 최근 출간한 '대통령학' (박영사刊)에서 지난 정권 청와대 참모들의 모습을 이렇게 요약했다.

"청와대 회의실 모습. 직사각형의 테이블에 마이크를 설치하고 호화롭게 장식된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으로부터 먼 거리에 앉아 지시사항을 받아적고 있다. " 그는 새 정부가 대통령이 독주하는 이런 모습을 답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대안으로 미국 백악관과 독일 수상 비서실의 활발한 토론문화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즉 이런 모습이다.

"10~20평의 좁은 공간에 얇은 널판지로 만든 타원형 탁자가 놓여있다.

둘레에는 여느 회사에서나 볼 수 있는 업무용 의자뿐. 여기에 국가원수와 막료들이 빙 둘러 앉아 각자의 아이디어를 듬북 내놓으며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시스템전문가 지만원씨는 '국가개조 35제' (21세기북스刊) 라는 신간에서 "대통령의 재가를 받기 위한 서류작성에만 몰두하는 서기형 비서관 대신 사안과 정책을 분석하는 시스템 전문가들을 참모진으로 써야 한다" 고 충고한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김충남 박사는 최근 출간한 '성공한 대통령 실패한 대통령' (둥지刊)에서 "김영삼 정권에서는 경험.경력이 약한 측근인사들이 비서실에 자리를 잡고 무조건 대통령을 옹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정책오도가 항상 우려됐다" 고 지적했다.

때문에 소신과 전문능력을 갖춘 사람을 주변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정권들에서 벌어진 사례들을 살펴보면 새 청와대 참모진이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한번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군 사기가 떨어졌다는 연구발표가 모 시사주간지에 실리자 연구를 맡은 교수에게 대통령이 전화를 했다고 한다.

"장병 사기 조사내용이 실렸는데 그게 뭐꼬?

내가 얼마나 군에서 인기가 좋은데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짓거리 할 거야? 씰데 없이. " 그리곤 전화를 끊었다.

곧 이어 비서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러한 내용이 사실입니까?

잡지사에 소송을 걸어 무단전재로 손해배상을 받으시지요. " 신간중에 나오는 내용이다.

채인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