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칭기즈칸등 영웅들의 삶그린 대하소설 잇따라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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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이라 했던가.

입춘 (立春).우수 (雨水)가 지나고 경칩 (驚蟄) 이 가까왔건만 IMF에 짓눌린 탓인지 올 봄은 그저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다고 중심까지 잃어서는 안될 일. '겨울이 지나면 봄이 멀 수 있으랴' 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 셸리의 시구처럼, 항일 시인 이육사가 '광야' 에서 외쳤던 '백마 타고 오는 초인' 처럼 겨우내 움츠러든 가슴을 활짝 펴고 새로운 자신과 용기를 찾을 때다.

봄이 오는 길목에 선 출판계도 독자들의 위축된 몸과 마음을 달래줄 장편소설을 속속 준비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불굴의 의지와 활달한 기개로 세계사를 주름잡았던 영웅들의 이야기를 방대한 스케일과 속도감 넘치는 문체로 녹여낸 대하소설이 붐을 이룰 전망이다.

우선 4월쯤 나폴레옹 관련 소설 두 종이 동시에 선보인다.

하나는 문학동네에서 출간되는 프랑스 작가 막스 갈로의 '나폴레옹' (전5권) .현지에서는 8만여 종에 이르는 나폴레옹 관련서 가운데 가장 박진감이 넘치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의 주관적 판단은 배제하고 마치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듯 군사학교에 입학하는 9살 소년부터 세인트헬레나 유배지에서 52세로 눈을 감기까지 나폴레옹의 일대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또 다른 하나는 프랑스 저널리스트 장 폴 카우프만의 '나폴레옹' (세계사刊) .세인트헬레나의 마지막 5년 반 동안 전쟁과 사랑의 화신이었던 나폴레옹이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평범한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해냄출판사는 '토정비결' '갑부' 의 작가 이재운의 '칭기즈칸' 을 4월초 내놓는다.

전 10권 가운데 5권이 먼저 나올 예정.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지에 의해 지난 1천년 간 인류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꼽힌 칭기즈칸의 성공 스토리를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장쾌하게 형상화했다.

고려 무신정권의 학정에 대항해 의병단을 조직했다가 실패한 김사영과 초희라는 고려인이 새로운 왕국을 꿈꾸며 북방으로 탈출하고, 이후 칭기즈칸 진영에 합류해 세계 정복에 큰 기여를 한다는 허구적 구성을 통해 작가는 과거 우리 선조들의 드높았던 기상을 전달하려 한다.

올초 첫 권에 이어 3월 말 5권으로 완간되는 미국 작가 마가릿 조지의 '클레오파트라' (미래 M&B) 는 한 시대를 풍미한 여걸의 내면 묘사가 뛰어난 장편소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약소국의 공주로 태어나 이례적으로 통치자의 지위에 오른 클레오파트라의 파란만장한 일생이 그려진다.

로마와 주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타고난 지략과 실리주의 외교로 이집트를 슬기롭게 통치하는 모습, 카이사르.안토니우스와 나눈 뜨거운 사랑이 생동감 넘치게 펼쳐진다.

또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소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인화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인간의 길' (살림) 도 이달 말 3권으로 완결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델로 삼았다.

90년대적 관점에서 한국의 근대사를 재해석한 역사소설이라는 평가와 절대권력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은 문제작이다.

이번 3권에는 대구폭동에서 시작해 여순사건.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격동기와 그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한 인간의 청년기가 담겨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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