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이의원 자살로 충격받은 일본 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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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 정계는 아라이 의원의 자살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 본인이 자살한 경우는 일본 헌정 사상 처음이다.

한편에서는 그가 국회청문회 등에서 귀화한 재일 한국인으로서 악전고투 끝에 정치인으로 입신양명한 자신의 인생역정까지 털어놓으며 결백을 호소했다는 점에서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는 유서에 민족차별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는 이날 "상황이 어떠했든 간에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한 고인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 며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국회에서는 19일 오후 중의원 본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오후3시20분쯤 아라이 의원과 같은 파벌인 나카무라 쇼자부로 (中村正三郎) 의원이 휴대전화로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아라이씨가 자살했다고?" 라고 소리친 뒤부터 의석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때마침 진행중이던 야당 의원의 대정부 질문에 대해 퍼부어지던 자민당석의 야유공세도 뚝 그쳤다.

국회에서 집요하게 '아라이 의혹' 을 추궁했던 야당 인사들은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면서도 "살아남아 결백을 증명했어야 했다" "이제 진실규명 작업은 물건너가고 말았다" 고 가시를 달았다.

반면 아라이 의원과 절친했던 후나다 하지메 (船田元) 자민당 의원은 "그를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죽음으로써 명예를 지켰다고 본다" 고 말했다.

도쿄 = 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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