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노 겨울올림픽]한국 쇼트트랙 날 한개차 역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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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스케이트 날 한개 차의 역전 금메달. 한국 쇼트트랙이 '공포의 막판 스퍼트' 로 겨울올림픽 역사를 장식하고 있다.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92년 알베르빌 올림픽 이후 한국은 대회 때마다 '기적의 역전극' 을 연출해 왔다.

중국.캐나다 등 경쟁국들은 이제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까지 방심했다간 한국에 금메달을 뺏긴다' 는 강박관념에 빠졌다.

17일 남자 1천m의 금메달은 0초053 차의 승리였다.

김동성 (경기고) 은 결승선을 앞두고 오른발을 쭉 뻗어 중국의 리지아준을 스케이트날 한개차로 따돌렸다.

92년 알베르빌대회 때도 마찬가지. 남자 5천m계주 결승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 김기훈은 45번째 바퀴 마지막 코너를 돌 때까지 캐나다의 미셸 데이그널트에 2m가량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인코스를 파고 든 김기훈은 결승선을 앞두고 역시 오른발을 쭉 뻗었고 '스케이트날 한개차' 로 역전승,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년후인 94년 릴레함메르대회 남자 5백m결승. 김기훈에 이어 남자 쇼트트랙 정상을 이어받은 채지훈 (연세대) 이 또 한번의 역전극을 펼쳤다.

마지막 코너를 돌 때까지 채지훈은 미르코 뷜레르민 (이탈리아)에게 뒤진 채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코너링을 하며 인코스를 파고드는 채의 주특기를 간파한 뷜레르민은 뒤를 흘긋 보며 인코스를 허용치 않았다.

순간 바깥쪽으로 방향을 튼 채지훈은 승리를 확신한 뷜레르만의 옆을 스치듯 스퍼트, 스케이트날 반개인 0초02 차의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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