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들인 서울지하철 수송분담률 2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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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현재까지 11조원을 들인 서울지하철의 승객수송 분담률이 당초 예측보다 턱없이 낮은 것으로 조사돼 지하철 위주로 대중교통망을 짜려던 서울시의 예측이 빗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현재 추진중인 3기 지하철 건설의 타당성 및 노선.착공시기.환승체계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시는 18일 96년말 서울시민 1만1백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통센서스 결과 서울지하철 (당시 1백87㎞) 의 하루 수송인원은 6백80여만명으로 건설 당시 예상했던 9백60여만명의 7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갈아타는 불편과 환승에 대한 시간적 낭비 (평균 27분) , 교통비 추가발생 등을 들어 지하철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하철 운영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15억원을 들여 실시한 이같은 내용의 교통센서스 결과 분석을 지난해말 끝냈으나 파문을 우려, 발표를 미루고 있다.

교통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지하철의 수송 분담률은 96년말 현재 24.1%로 버스 (32%).승용차 (24.3%) 보다 수송기능이 저조했다.

이는 시가 2기 지하철 건설을 앞두고 지역별 인구분포와 지역개발 등을 토대로 예상한 분담률 34.1%에 비해 10%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96년말 현재 2백30㎞의 지하철 노선이 있는 일본 도쿄 (東京) 의 경우 수송 분담률이 59.6%에 이른다.

서울시는 2, 3기 지하철이 완공될 경우 각각 50%, 75%의 승객을 수송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교통센서스 결과로 미뤄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 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수송 분담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 놀랐다" 며 "3기 지하철 건설의 타당성과 시기.노선 등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고 밝혔다.

1기 지하철 (1~4호선) 건설에는 2조3천9백26억원이 소요됐으며 차입금에 대한 이자상환 등으로 지난해말 현재 2조7천6백여억원이 부채로 남아있다.

또 2기 지하철 (5~8호선)에 9조4천2백90억원, 3기 지하철 (9~12호선)에 9조1천억원이 각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 전문가 의견 = 한양대 도시공학과 원제무 (元濟戊) 교수는 "서울지하철에 현재까지 11조원의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결과적으로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교통수단밖에 되지 못했다는 것이 입증된 셈" 이라며 "건설될 3기 지하철은 1, 2기 시스템과는 달리 시 외곽의 경전철 도입 등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할 것" 이라고 제안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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