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상당수 해고 두려움 '자살충동'…'사랑의 전화' 458명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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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S은행 과장 鄭모 (42.서울동작구상도동) 씨는 지난해 12월초 인수.합병으로 인한 대량감원설이 나오면서 불면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동기에 비해 진급이 늦었던 崔씨는 해고불안감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달말 목매 자살을 기도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부인에게 발각된 崔씨는 이달초부터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 사장 李모 (54.서울서초구반포동) 씨도 지난달 부도가 나자 허탈감에 못이겨 목숨을 끊으려고 수면제를 사모으다 가족들에 이끌려 지난 16일 정신과를 찾았다.

IMF한파로 실업.부도 등이 확산되면서 경제만큼이나 국민 정신건강도 악화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전화 (회장 沈哲湖)' 가 지난 12~13일 서울시내 직장인 4백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살충동에 대한 의식 설문조사' 에 따르면 1백18명 (25.8%) 이 최근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한번 이상 느꼈다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 31.7%, 30대 21.9%, 40대이상 20%로 나타나 사회적응도가 떨어질수록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의 경우 남성 (21%) 보다 훨씬 많은 36%가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경정신과를 찾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급증하는 추세다.

김종하 (金鍾河)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최근 해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면증.불안증세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지난해에 비해 5배이상 늘었다" 고 밝혔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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