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외교관 김동수씨 기자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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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귀순 외교관 김동수씨는 18일 기자회견에서 로마의 유엔식량농업기구 (FAO) 대표부 근무중 알게된 북한 권력내부 상황과 식량난 실태, 외교공관 생활 등을 밝혔다.

부인 심명숙 (38) 씨는 북에 두고온 딸 (13) 이야기를 하다가 "그 아이가 반역자의 딸로 사회적으로 버림받고 고통당할 것을 생각하면 걱정이 많다" 며 눈물을 흘렸다.

◇ 권력내부 실상 = 金씨가 밝힌 고위간부 숙청 움직임은 북한 고위관리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특히 서관희 농업비서의 처형사실은 FAO 대표부에 업무차 들렀던 농업위원회 관계자로부터 구체적인 정황과 함께 접한 것. 지난해 6월 이후 김정일은 이른바 '청년동맹 사건' 등 간첩사건을 계기로 수십명의 간부를 처형하고 책임자들을 해임했다.

지난해말 외화난으로 24개 외교공관을 줄이면서도 폐쇄대상 국가인 핀란드 대사 김평일 (이복동생) 을 평양으로 불러들이지 않고 폴란드 대사로 보냈다.

◇ 북한 식량난 = 연간 곡물생산은 2백30만~2백80만t으로 외부원조량 65만~85만t을 합하면 하루 1만t인 곡물수요를 어느정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게 金씨의 생각. 군량미 목적으로 "지하에 들어가는 쌀이 많다" 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식량협조는 계속돼야 한다" 면서 대신 감독활동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외교공관 생활 = 지난해 장승길 이집트주재 대사의 망명이후 통제가 더 엄격해졌다.

FAO 대표부에 주재하는 외교관 4명과 가족 전원이 대표부 건물내에 거주하면서 오후8시쯤 출입문을 잠가 외부 출입을 금한다.

때문에 망명 당시 부인을 약국에 심부름보낸 뒤 업무차 외출을 한다며 빠져나왔다.

그리고 부인과 학교로 간 아들을 태우고 한국대사관에 망명하는 '작전' 을 펼쳐야 했다.

金씨는 월 3백98달러의 월급을 받았으나 1백달러를 저축하고 북한의 가족에게 분기당 1백달러를 보냈다.

부인 심명숙씨는 "시장상인들이 '조선사람이냐' 고 물으면 북조선의 식량난에 따른 자존심 때문에 '남조선 사람' 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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