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이회창 회동…당권분쟁 혹떼려다 혹 하나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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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의 당권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총재경선에 대한 교통정리를 위해 18일 마련된 조순 (趙淳) 총재와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의 조찬회동은 서로간의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이날 회동은 최근 李명예총재.김윤환 (金潤煥) 고문계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총재경선실시 서명' 이 당 내분 움직임으로 번지자 다급해진 趙총재측이 제안한 회동이었다.

두사람은 회동후 "JP총리인준에 반대하기로 했다" 는 유일한 합의사항을 내놓았지만 정작 중요한 3월 전당대회에서의 경선문제에 이르러선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李명예총재는 "야당으로서 당원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지도부를 만들려면 총재경선이 불가피하다" 고 경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내가 총재경선에 참가하려는 것은 내 뜻이 아니다" 는 말로 경선참여를 '통고'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력한 야당 구축과 지지자들의 요구를 명분으로 당권탈환 의사를 밝힌 셈이다.

실제 李명예총재는 7인방 등 측근과의 잇따른 회동을 통해 당무복귀에의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후 趙총재는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총재경선 부분은 묻지도 말라" 고 역정을 냈다.

"정치인이야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하며 혀를 차기도 했다.

합당의 당사자로 자신에게 총재직을 물려줬던 李명예총재가 상황변화를 이유로 총재직에 복귀하겠다는데 대해 일종의 배신감까지 느낀다는 분위기였다.

회동을 제의했던 趙총재로서는 혹 떼려다 하나 더 붙인 모양이 됐으니 그럴만도 하다.

두사람의 회동이 사실상 결렬됨에 따라 한나라당내 총재경선을 둘러싼 편가르기는 뜨거워질 것 같다.

李명예총재와 김윤환고문은 의원총회에서 총재경선 실시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며 趙총재를 압박할 심산이고 趙총재측은 이한동 (李漢東) 대표.서청원 (徐淸源) 신임총장.하경근 (河璟根) 정책위의장 등과 저지를 위한 연합전선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당권파와 비당권파간의 대치양상이 표면화함에 따라 이기택 (李基澤) 전민주당총재, 김덕룡 (金德龍) 의원 등 아직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당내주주들의 움직임도 주목되고 있다.

양측의 세 (勢) 는 김종필 (金鍾泌) 총리인준에 대한 당론결정을 위해 열리는 20일 의원총회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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