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확 풀어주면 세계 일류대학 자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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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1994년부터 매년 대학 평가를 하고 있다. 올해 16회째를 맞는 대학 평가 결과는 9월 중발표한다. 사진은 본지가 창간 29돌을 맞아 전국 131개 대학 평가 결과를 보도한 94년 9월 23일자 1면 기사.

 전북대는 1000여 명의 교수(전임 이상) 중 올해 1학기에 학생을 가르치는 외국인 교수가 7명뿐이다. 서거석(전국 국·공립대협의회장) 총장은 13일 “세계 대학과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글로벌화가 필수인데 교수 채용도 마음대로 못한다”고 말했다. 전국 46개 국·공립대는 교수 한 명을 채용하더라도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학 총장들은 글로벌화와 대입·학교 운영 자율화를 ‘세계 일류 대학 만들기’ 3대 과제로 꼽았다. 이명박 정부가 대학 자율화를 시행 중이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일보가 석 달간(1월 23일~4월 24일) 진행한 14개 대학 총장 인터뷰(‘대학 경쟁력을 말한다’ 시리즈)를 분석한 결과다.

총장들은 “글로벌 인재를 키우려면 재정 지원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학 지원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절반인 연간 5조원이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려는 대학의 시도는 다양했다. ▶해외 명문대 강의를 듣는 ‘유비쿼터스 캠퍼스’(숙명여대) ▶외국 학생과 일대일 교환 연수(아주대) ▶외국어 졸업인증제(연세대·경원대) 등 새 교육 모델이 나왔다. 대학 간 경쟁이 ‘뽑기’에서 ‘가르치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손병두(서강대 총장) 전국대학교육협의회장은 “입시를 완전자율화해 ‘후진국형’ 논쟁을 없애야 한다”며 “대학도 책임을 지고 창조적인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위 수여 조건과 커리큘럼 운영, 사학법 개정 등 학교 운영 자율화 요구도 많았다. 김영길 한동대 총장은 “외국 명문대처럼 국내 대학도 커리큘럼을 자율적으로 운영해 석·박사 학위를 줄 수 있어야 진짜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다”며 “규제를 확 풀면 세계 일류 대학을 만들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본지는 총장 인터뷰에 앞서 다양한 대학의 현장을 다뤄 왔다. 2007년에는 ‘대학은 대학의 손에 맡기자’는 신년 어젠다를 제시해 자율화의 화두를 던졌다. 특히 국내 최초로 1994년부터 16년째 전국 대학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에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세계 수준의 대학을 만들자는 뜻에서다. 박철 한국외대 총장은 “중앙일보 평가는 교수사회에 연구와 가르치기 경쟁을 불어넣어 대학 발전을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은 “평가는 대학의 각성을 촉구하는 성적표와 같다”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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