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파악 못하는 '감맹'아동 늘어난다…형제없는 경우에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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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분위기 파악 못하는 눈치없는 아이, 어른이 화가 났을 때도 제멋대로 떠들어대거나 가족이 아파도 전혀 개의치 않는 '감맹 (感盲)' 어린이가 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기분을 읽고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한 감맹이 생겨나는 이유는 '사회적 경험부족' 때문. 기껏해야 형제가 한둘인 요즘 아이들이 감정이 없는 컴퓨터 게임에 매달려 지내다 보면 다른 사람 기분을 읽는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없다는 것. 이런 감맹 어린이들은 취학전 가정에서는 '자기중심적이고 좀 둔한 아이' 정도로만 생각되지만 초등학교 입학후에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가 되기도 한다.

주부 한경자 (41.서울송파구오륜동) 씨도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때문에 혼줄이 난 경우. 늦동이라 응석받이로 키우긴 했지만 내심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겼던 아들이 정작 학교에서 눈치없고 산만해 늘 교사에게 혼만 나는 문제아가 돼버린 것. 결국 한씨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정서불안 증세까지 보이는 아들을 정신병원에 데리고 가 상담과 놀이치료를 받게했다.

감맹 어린이의 치료방법은 일단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이 다른 사람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또 배려되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만이 다른 사람의 감정에 관심을 갖게 되므로 남이 나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아교육자들은 자식사랑이 유별난 요즘 부모들 중에 아이의 지적발달에만 관심을 쏟고 정서발달에는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고 "이런 교육환경에서 자라 감맹이 된 아이들에게는 가족끼리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생활경험이 가장 필요하다" 고 조언했다.

한편 의사들은 "뇌의 정보처리기능에 이상이 생겨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는 주의력결핍장애도 철이 없고 산만한 '감맹' 증세를 나타낼 수 있다" 며 섣부른 자가진단을 경계한다.

박진생 (朴鎭生) 신경정신과원장은 "주의력결핍장애는 얼핏 산만하고 정신없는 아이로 보일수 있지만 이는 약물치료가 필요한 병이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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