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총재경선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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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에는 지금 두개의 열차가 마주 달리고 있다.

한쪽의 기관사는 조순 (趙淳) 총재 - 이한동 (李漢東) 대표다.

3월10일 전당대회에서 새 총재를 뽑는 경선을 하지 말자는 그룹이다.

다른 하나는 완전경선호.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와 김윤환 (金潤煥) 고문이 핸들을 잡고 있다.

정면 충돌하는 일이 있어도 완전경선을 치러 지도부를 교체하겠다는 세력이다.

현행 당헌에도 총재는 형식상 전당대회에서 선출된다.

그러나 당에는 이를 뒷받침할 경선관리규정이 없다.

그래서 경선파는 경선규정을 만들어 다음달 전당대회에서 완전경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두 열차가 부딪치는 제1라운드는 당헌당규개정위 (위원장 睦堯相)가 될 것 같다.

위원회는 각 계파 의원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예상대로 16일 열린 첫 회의부터 당장 파열음이 터졌다.

김윤환고문계인 윤원중 (尹源重) 의원이 서청원 (徐淸源) 총장의 임명을 성토한 것이다.

대선 때 이회창후보의 비서실 부실장이었던 尹의원은 "徐의원은 대선 때 李후보의 낙선에 기여하면서 당에 해를 끼쳤는데 그에게 당의 주무 (主務) 을 맡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며 퇴장의사를 밝혔다.

睦위원장은 尹의원을 달랬으며 위원회는 尹의원과 안상수 (安商守).홍준표 (洪準杓).황학수 (黃鶴洙) 의원 등 4명으로 소위를 구성했다.

이중 洪.安의원은 李명예총재 계열이고 黃의원은 趙총재와 가깝다.

위원회는 20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그 전까지 앙케트를 돌려 의원들의 여론을 수렴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의총에서는 경선론이 우세했다.

문제는 위원회가 3.10경선을 결정하고 곧 결성될 당무회의가 이를 의결할 경우 趙총재가 과연 이를 수용할 것이냐는 것. 경선파는 趙총재가 자신의 임기를 2년간 보장한 합당합의를 들어 경선안을 전당대회에 회부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럴 경우 경선파는 재적대의원 3분의1이상의 동의를 얻어 총재경선안을 전당대회에 상정, 처리를 강행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당 일각에서는 "과거의 야당대회처럼 전당대회장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정규 (梁正圭).변정일 (邊精一).윤원중의원 등 이회창 - 김윤환세력에 소속된 의원들은 17일 경선을 촉구하는 '당 발전을 위한 발의문' 에 대한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당 이곳저곳에서 "JP총리임명동의 여부보다 총재경선과 사무총장 문제로 당이 깨질지 모르겠다" 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은 28일까지 아직 조직책을 정하지 않은 지구당 46곳을 신한국계.민주당계로 나누어야 되는데 여기서 생기는 분란도 당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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