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 27표 어디서 얻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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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임시국회가 폐회되면서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의 총리 임명동의 문제에 여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0일 의원총회를 열어 총리 임명동의 여부에 대한 당론을 정하기로 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23일 총리내정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총리 임명동의에 필요한 의원수는 재적의원 2백95명의 과반수인 1백48명. 국민회의.자민련 의석은 합해야 1백21석이다.

당론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국민신당과 무소속 12명이 찬성해도 15명이 부족하다.

자민련은 한편으론 한나라당 지도부를 상대로 자유투표 (크로스 보팅) 를 허용하도록 설득하고 다른 한편으론 찬성의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아직 한나라당내 다수는 반대다.

당내에서 벌어지는 반대서명작업엔 김윤환 (金潤煥).김덕룡 (金德龍) 의원 등의 중진을 포함, 60여명이 서명했다.

부산출신의 민주계 의원들도 최근 지역정서가 친야 (親野) 로 돌면서 반대로 기우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P총리 반대' 라는 당론이 나올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서명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표면상으로 20일 의총일정이 정해진 때문이라고 하지만 총리 임명동의 문제에 대해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민정계 중진들의 침묵 등에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반대키로 해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백지투표나 당소속의원 전원의 투표불참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당 지도부가 무리하게 몰아붙일 경우 일부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 적전분열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소속 충청권 의원들은 지역구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박세직 (朴世直) 의원 등 일부 중진들은 공개적으로 찬성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때문에 이상득 (李相得) 총무나 총무를 지냈던 목요상 (睦堯相) 의원은 "당론은 반대로 해도 크로스 보팅을 허용하는 자유투표로 가야 한다" 고 말하고 있다.

반대의견을 가진 인사들 가운데도 신중론이 있다.

차기대통령의 조각 (組閣) 부터 저지할 경우 여권이 초강경대응을 할 게 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대의 선봉에 있는 한 초선의원조차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金당선자가 어떤 식으로 정계개편에 나설지 생각해야 한다" 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도 "金당선자로서는 자신의 권위에 상처를 입게 되고, 야당의 힘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이라며 후유증을 우려했다.

이때문에 한나라당에는 절충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의원은 "의총에서는 반대 당론만을 정한 뒤 당 지도부가 대여 (對與)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는 의견을 제시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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