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전은 토너먼트 홍수 속에서도 유일하게 본선을 리그로 치르는 기전이다.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생명이 후원하는 왕위전은 38년 동안 이 전통을 유지해왔다.
올해의 본선리그는 기대했던 유창혁9단이 연패를 당하고 왕위전 13번 우승을 자랑하는 조훈현9단도 부진했던 반면 이세돌.안조영과 복병 김주호4단이 선두권을 형성한 채 내달렸다.
5일 한국기원. 전승의 이세돌과 1패의 안조영은 온종일 팽팽하게 맞선 채 8시간이 지나도록 승부가 좀처럼 기울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반집의 승부사'로 불리는 안조영 쪽이 오히려 유리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근래 모든 국제대회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온 이세돌9단은 모처럼 전승을 달려온 왕위전마저 내줄 수 없었다. 숨막히는 접전 끝에 백을 쥔 이세돌의 반집승. 행운의 여신이 이세돌 편을 든 것이다(이세돌은 조훈현9단과의 대국에서 져도 1위다).
이세돌9단은 이 행운을 발판으로 삼아 지난해와 같은 대진격을 이룰 수 있을까. 왕위 이창호와 이세돌은 제주도의 전통문화재인 제주목 관아에서 16일 도전기 1국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