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는 여기다]소설가 이순원씨…시대와 독자에 부응해 작품세계 넓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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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전업작가는 말 그대로 작가가 직업입니다.

오로지 작품만 팔아 모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 문학의 순결성.순수성만 고집해 자신의 작품의 폭을 좁히는 작가들도 많습니다.

외국작가들의 작품 목록과 비교해보면 우리 작가들은 너무 한 주제나 소재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시대와 독자에 부응해 끊임없이 작품세계를 넓히고 부지런히 써야만 작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지요.” 다른 직업 없이 문학창작에만 목매달고 있는 전업작가는 줄잡아 1백여명. 중진급 보다 30.40대의 젊은 문인들이 대부분이다.

90년대 들어 문예지등 발표지면과 독서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 글만 써서도 가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는 이런 환경을 일시에 거두어 가버렸다.

20~30장 분량의 콩트 세편만 기업체 사보에 발표해도 다니던 직장 한달 월급은 됐는데 최근 몇달 사이 그런 원고청탁도 뚝 그쳐 막막하다는 푸념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젊은 전업작가 이순원씨 (40) 는 새해 들어 장편 1편, 중편 1편을 발표했다.

보통 작가들이 3~5년 간에 내놓을 작품을 한달 반만에 발표한 것이다.

“작품 남발과 작품을 많이 발표하는 것과는 분명 별개의 것입니다.

다작이 과작에 비해 작품의 질이 결코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허튼 작품을 발표했다간 거기서 작가적 생명은 끝난다는 각오로 작품을 발표해야 합니다.

철저한 프로문인 정신만이 작가도 살고 문학도 사는 길입니다.”

이씨는 문단이 맞닥뜨린 불황 보다 불황 때 보이는 반문화적 소비행태가 훨씬 두렵다고 한다.

입을 것 먹을 것 보다 두개 보던 신문을 한개로 줄이고 서점에 먼저 발길을 끊는등 문화비 지출을 최우선적으로 줄이는 것이 문제라는 것.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문화는 더 순화되고 그 사회적 역할은 증대된다.

때문에 이씨는 앞으로 단행본 시장이 아니라 문예지 발표 지면에서 중.단편 소설의 응축된 문학의 질로 승부를 걸겠다고 한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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