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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南에서는 전남·경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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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따, 일단 물산이 풍부하잖여. 바다에, 너른 들에, 강까정(까지). 거게다(게다가) 예부터 유배온 양반님네들이 팔도 각처 음식을 다 들여왔으니…." 왜 이 지방 음식이 푸지고 맛난지 남도음식 무형문화재 전수자 이은경(여.40)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니 남도에서 그저 보고 쉬고 놀다만 온다면 반드시 후회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입이 즐거울 '거리'가 넘쳤는데 그걸 마다해서야.

권혁주 기자<woongjoo@joongang.co.kr>

▶ 밀물 때면 바닷물이 강 어귀로부터 80리까지 올라온다는 섬진강. 고무 대야 띄워 놓고 재첩을 캐 담는 손길이 바쁘다. 이젠 재첩조차 중국산에 밀리는 현실. 언제까지 섬진강 재첩을 맛볼 수 있을는지. 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 무엇부터 먹을까, 한정식='한 상 가득'이란 말로는 모자란다. 상을 갈아 내오는 게 보통이다. 접시마다 한 젓가락씩 가기도 벅차다. 남도 어딜 가든 그렇다. 그러면서도 맛은 제각각이다. 기본 양념인 된장.간장.고추장에서 각종 젓갈.장아찌까지 집집마다 직접 담그기 때문이란다.

젓갈과 장아찌도 도회지에서 흔히 보던 것과는 다르다. 굴비 살을 찢어 만든 '굴비 장아찌', 고흥에서 딴 굴을 간장에 저린 '진석화젓', 민물 새우 '토하젓'등등이 상에 오른다. 2 ~ 3년 된 김치도 별미다. 오래됐으면서도 군내가 없다. 짜게 버무려 물기를 쏙 빼 보관하는 게 비결이란다.

남도 한정식집 어딜 가든 공통으로 내오는 것은 '삼합'. 삭힌 홍어에 묵은 김치와 돼지고기를 합쳐 먹는 것이다. 김치와 돼지고기가 홍어 특유의 알싸한 냄새를 가라앉혀 준다.

한 상 가득한 요리를 먹는 순서는 없다. 그냥 젓가락 가는 대로다. 하지만 맛을 즐기는 법은 있다. 자극적인 삼합을 먹고 나서 바로 부드럽게 다져 구운 떡갈비를 먹어서는 고기맛이 안 날 터. 그때 중간에 입을 가시라고 어느 집이든 물김치나 갓 담근 싱싱한 김치를 내놓는다. 그러니까 음식 한 입 다음에 김치 한 점이 남도의 맛을 제대로 즐기는 요령이다.

광주시가 '한정식 명가'로 지정한 아리랑하우스(062-525-2111)에서는 바로 그런 용도로 보쌈김치를 준다. 사과와 배를 갈아 넣어 만든 보쌈김치의 시원함이 겨울에 먹는 동치미에 가깝다.

강진군 버스터미널 부근 명동식당(061-434-2147)의 김정훈(50.여)사장은 "남도 한정식도 변한다"고 말했다. 뭐든지 묵혀 '골코롬한' 냄새가 진동하던 차림상이, 점점 신세대 입맛에 맞게 부드러운 맛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젓갈 무침 양념에도 참기름이나 초를 많이 넣어 고소함과 새콤함으로 냄새를 누르는 식이다.

대체로 한정식은 1인분에 2만5000원 이상. 막상 상을 받아보면 그 푸짐함에 비싸다는 생각은 사라진다. 세사람 이상이어야 주문을 받는 게 보통이다.

먹는 재미 '낙지'='낙지는 쫄깃하다'는 것은 편견이다. 남도의 낙지는 부드럽다. 이름난 무안.신안 갯벌에서 잡아 올린 낙지는 더욱 그렇다. 다리가 길다는 것도 이 동네 낙지의 특징. 바닷속에서 사는 남동해안의 낙지와는 달리, 개흙 속을 돌아다니다 보니 하체가 발달해 그렇다고 한다.

남도의 낙지 1번지는 무안 버스터미널 뒷골목이다. 낙지 전문점 30여곳이 몰려 있다. 도회지에서는 금값인 세발낙지가 여기서는 마리당 1000원이다. 크기는 주꾸미보다 조금 큰 정도.

이곳 하남횟집(061-453-5805)의 '기절낙지'가 별미다. 머리를 뒤집어 먹물통을 빼고는 소쿠리에 넣고 문질러 낙지를 기절시켜 내온다. 주인 김기순(여.41)씨는 "육질이 부드러워진다"고 했다. 함께 내오는, 낙지 머리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 맛이 개운하다. 2인용 한접시에 3만원.

목포엔 낙지의 모든 것을 모은 집도 있다. 목포우체국 근처 호산회관(061-278-0050)이다. 고추장 양념 낙지구이(1만5000원), 이름만 보면 재료를 알 수 있는 낙지갈비대하찜(2만5000원), 낙지에 야채만 넣고 끓여 참기름으로 마무리한 연포탕(1만2000원) 등 14가지 낙지 요리가 있다.

맛 더하기 풍광='낙조'는 서해안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해 순천만도 일몰 명소다. 식탁에 앉아 저무는 해를 보는 맛이란.

순천만 입구의 장어구이집 대대선창집(061-741-3157)이 맛과 풍광을 겸비했다. 굳이 일몰이 아니어도 괜찮다. 창밖으로 바람에 '쏴~'소리를 내는, 광활한 갈대밭이 펼쳐져 있다.

장어구이는 2인분(3마리)에 3만원. 자연산은 3인분이 13만원이다. 고추장 양념, 간장 양념, 소금구이가 다 있으나 주문할 때 말하지 않으면 간장 양념구이를 그냥 내놓으니 입맛에 맞춰 얘기할 것. 찹쌀 죽에 장어머리를 넣고 고은 죽도 일미다.

주인에게 청하면 주변에서 제일 높은 별채 4층 옥상에 올라 순천만 일대를 감상할 수 있다.

(1) 더위여 안녕 - 해남 진양주

'달짝지근하다' '입에 쩍쩍 붙는다' 라는 말이 어울렸다. 그 맛에 더위도 물러 앉았다. 막걸리보다 센, 알코올 도수 16도인데도 술기운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술 같지 않다고 내키는 대로 들이켜다가 일어나지도 못한다는 '앉은뱅이 술' 한산 소곡주에 비길 만했다.

해남 진양주. 진도 홍주만큼 이름나진 않았지만 조선시대 임금님이 마시던 술이다. 궁중에서 술 빚던 상궁이 쫓겨나서는 해남에 시집와 며느리 쪽으로 6대째 200여년에 걸쳐 맥을 잇고 있다.

지금 진양주를 빚는 이는 최옥림(64.여)씨. 진양주로 전남 무형문화재에 지정됐다. "여그(여기) 시집와서 뱄(배웠)어요. 그땐 집에서 술 못 빚게 할 때잖유. 세무서에서 나온다는 소문에 술 도가니 껴들고 산으로 달음질도 쳤다니깐."

노란 술의 원료는 찹쌀. 한 말을 들여야 술 한 말이 나온다고 한다. 찹쌀도 직접 농사지은 것을 쓴다. 물은 마을에 하나 있는 샘의 것을 쓰다가 수질이 나빠져 몇 년 전부터 115m 지하의 암반수를 뽑아 올린다. 물이 맑아 일년이 지나도 물탱크에 때가 끼지 않는단다. 술은 더운 곳에서 묵히면 초가 되니 냉장고에 보관하고 가능한 한 빨리 마셔야 제 맛을 볼 수 있다. 2남3녀 최씨의 자식들은 모두 번듯한 직장을 얻어 대처로 나갔다. "막내딸이 '저라도 할랑 게요' 했으니 앞으로도 한참은 이 맛을 볼 수 있을 거구만요."

음식점에서는 팔지 않고 해남 계곡면 덕정리 마을회관 바로 옆집을 직접 찾아가거나 택배 신청을 해야 한다. 700㎖ 한 병에 8500원. 택배비는 따로다. 061-532-5745.

(2)냄비에 담긴 바다- 해남 용궁해물탕

처음 해물탕 재료를 담아 온 냄비에는 물이 없었다. 낙지·게·새우·소라·가리비 등 해산물과 콩나물·미나리, 그리고 고추장 양념 뿐.

끓이면서 냄비 가득 물이 넘쳤다. 싱싱한 해물들이 품고 있던 물이다. 조금 일찍 냄비를 열면 명 질긴 낙지가 뚜껑에 붙어 나온다.

국물은 시원하다. 하지만 그 맛을 보기 위해 가끔 조개껍질을 씹는 것을 감수해야만 할까.

일단 해남 읍내 축협(축산농협) 앞까지 간 다음에 전화로 위치를 물어야 쉽게 찾을 수 있다. 축협 맞은 편 골목 안 50m 지점이다. 주차는 부근에 알아서 해야 한다. 소(小·2인분) 3만원 061-535-5161

(3) 매콤 새콤 바지락회- 장흥 바다하우스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돌이키는 데 매콤 새콤한 것 이상이 있을까. 이집의 바지락회가 그런 맛이다. 조갯살에 미나리와 양파를 더해서는 고추장과 식초에 무쳐낸다. 새콤함에 식상할까봐 중간 중간 입맛을 달래라고 개운한 바지락탕도 함께 준다.

맛의 비밀은 직접 담근 식초에 있다. 직접 만든 막걸리를 한번 더 삭혀 식초를 얻는다. 청주 됫병에 담긴 채 식초가 돼 가는 막걸리의 모습을 주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추장 역시 자체 제작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시원한 바다 풍경은 덤. 한가지 흠은 전화로 집 위치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 약도를 보시라. 소(小·2인분) 2만원 061-862-1021

(4) 석쇠로 구운 즉석 불고기 - 광양 대중식당

놋화로에 참숯을 담고, 그 위에 석쇠를 걸고 고기를 굽는다. 한우 등심에서 칼로 힘줄을 일일이 발라내 육질이 부드럽다. 미리 양념에 재워놓지 않고 주문받았을 때 즉시 집에서 담근 간장 양념에 버무려 내놓는다. 곱창 약간도 서비스로 준다. 고기에 앞서 내놓는, 차가운 검은 깨(흑임자) 죽이 입맛을 돋운다. 고기를 찍어 먹으라고 돔배젓(전어 내장 젓)도 주는데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별로다. 2인분 이상만 주문 가능.

광양읍의 광양시청 제2청사(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 옆 네거리에 있다. 신시가지의 광양시청과 혼동하지 말 것. 1인분 1만2000원. 061-762-5609.

(5) 입에서 사르르 서대회- 여수 구백식당

서대는 날씬한 광어처럼 생겼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야채와 함께 고추장에 무친 회 한점을 한 점을 입에 머금고 있으면 사르르 녹는 느낌. 수입 서대에서는 그런 맛이 안난단다. 주인 손춘심씨(여·56) 왈, “수입 서대 쓰면 마이(많이) 남지. 그치만 존(좋은) 재료라야 존 손님이 올 꺼 아녀.”

밥을 비벼먹어도 그만이다. 커다란 비빔밥 그릇에 밥을 한가득 주는데, 그 밥이 모자랄 만큼 회무침도 듬뿍 준다.

여수 중앙동로터리에서 여객선 터미널 쪽으로 50m 거리. 주차는 근처 명승지인 진남관 주차장(30분 500원)을 이용한다. 한접시(2인분) 1만원 061-662-0900

(6) 바삭바삭 돼지고기 짚불구이- 무안 녹향가든

삼겹살에 왕소금을 살짝 뿌린 뒤 짚불에 석쇠로 구워서 내 온다. 짚불구이는 산이 없어 땔감으로 짚을 쓰던 것에서 유래했다. 상추에 고기를 쌀 때 함께 넣으라고 내놓는 뻘게장과 양파 김치가 맛을 더한다. 뻘게장은 무안 개펄에 사는 작은 게를 부숴 담갔고, 양파는 무안 황토밭에서 기른 것이란다.

삼겹살을 얇게 저며 바삭거리기까지 하는 게 특징. 주인 김정희씨(42)는 “보통 삼겹살 두께로 썰어서 짚불에 구우면 겉은 타고 속은 안 익는다”고 설명했다.

무안읍에서 811번 국도를 타고 무안역 앞까지 가면 녹향가든 표지판이 계속 나온다. 1인분 7000원 061-452-6990

*** 경남

부산 경남의 바닷가를 따라가는 길은 하나의 거대한 횟집이다. 내륙 쪽 음식은 소담스럽다. 곳곳에 숨어 있는 맛집을 찾다 보면 '경상도 음식이 짜고 맛없다는 사실은 경상도 사람만 모르고 전국이 다 안다'는 말이 무색해진다. 어찌 세치 혀에 닿는 것만 맛일까. 정갈하나 야무진 경상도 음식문화가 여기 있다.

안충기 기자<newnew9@joongang.co.kr>

(7) 맛 멋 그리고 낭만-남해별곡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청년이 있었다. 다녀본 이 땅 어디가 아름답지 않으랴마는 그는 고향 남해가 더없이 좋았다. 대학을 마치고 고향에 눌러 앉았다. 누구나 와서 놀다갈 수 있는 문화사랑방을 하나 만드는 꿈을 키우면서….

그 사람 류경완(40)씨가 마침내 소망을 이룬 것이 3년 전.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언덕 위에 집을 짓고 ‘남해별곡’이라 이름지었다. 나무와 흙과 돌을 썼다. 집안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던 터라 나무 다루는 법을 아는 게 큰 도움이 됐다. 이웃마을에서 황토를 가져와 벽을 발랐다. 광양만으로 떨어지는 해를 즐기고 싶어 서쪽으로 큰 창들을 냈다. 마당의 오리나무 밑둥치를 두른 평상에 앉으면 시리디 시린 쪽빛바다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 밤이면 여수와 광양의 불빛이 바다를 건넌다.

계절·날씨·시간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는 집. 별곡의 맛은 작은 무쇠솥 안의 낙지에 숨어있다. 산낙지볶음이 그것. 인근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 꽃낙지는 뻘낙지보다 크고 통통하다. 느타리 표고 미나리 양파 콩나물 호박 등 10여 가지 야채 위에 꼬물거리는 산낙지가 올라간다. 야채에서 나온 물기와 양념이 섞이며 자글자글 끓기 시작하면 주책없이 군침이 돈다. 낙지는 살짝 익혀야 꼬들꼬들한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맵지 않아 아이들도 좋아한다. 반주로는 직접 담근 유자막걸리 한잔. 향이 은은하다. 남은 양념에 김 등을 넣어 밥을 볶아 먹으면 식사 끝.

한달에 한번 정도 문화행사를 연다. 주인과 친분이 깊은 김원중 박문옥 김현성씨 등이 무대에 오른다. 시낭송회도 있다. 맛과 멋, 낭만을 찾아 유명인사들도 종종 들른다. 그들의 사진이나 사인을 왜 걸어놓지 않았냐는 물음에 선한 눈매의 류씨는 씩 웃고 만다. 주인의 품성이 그렇다. 진산 민산 어린 두 아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퍼지는 남해별곡의 뒤란에는 석류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남해읍에서 지방도로를 타고 서상리 스포츠파크까지 간 뒤 우회전. 예계 마을 쪽으로 조금 가면 있다. 남해대교로 들어간다면 창선대교 쪽으로 나오자. 눈이 즐겁다.

산낙지가마솥볶음(3,4인 기준 30000원). 돼지갈비 바비큐(3,4인 기준 30000원). 별채에서 민박 가능. 식당 안에 진열해 놓고 팔기도 하는 진메옹기는 인근에 사는 김용태(김용택 시인의 친동생)씨가 구웠다. 055-862-5001.

(8) 대장금 납시오 - 합천 고가식당

할머니의 음식솜씨를 아까워하던 잘 아는 교수의 권유로 식당을 낸 것이 1990년이다. 집안 손님들을 대접하던 소박한 음식을 그대로 차려낸다. 멸치 등을 우려낸 육수에 곱게 채 썰어 말아내는 메밀묵채(3000원)는 으뜸 요깃거리. 물에 불린 콩의 껍질을 까서 만든 제포두부(4000원)는 탱탱하다. 촌된장 정식 5000원. 7대째 전해오는 집안 술인 '고가송주 대장금'을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은은한 솔향에 적당히 달고 신맛이 혀끝에 착착 감긴다. 375㎖ 1병 6000원. 문화재로 지정된 은진 송씨 옛집의 멋을 둘러보는 것도 큰 재미다. 식당 손님들에겐 민박 무료. 합천호를 끼고 도는 1089번 도로 옆. 055-933-7225.

(9) 너희가 비빔밥을 아느냐 - 진주 천황식당

청정미인 산청쌀로 지은 밥 위에 8, 9가지의 부드러운 나물과 신선한 육회를 얹어낸다. 나물은 철 따라 달라지는데 여름에는 호박을 주로 쓴다. 1927년 문을 연 이래 3대째 지금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맛에 '중독'돼 타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들이 많다. 육회는 입에 들어가자마자 살살 녹는다. 선지를 숭숭 썰어 넣은 국물이 전주식과 다른 점. 칠 벗겨진 나무식탁, 찌르릉 울리는 자석식 전화기, 안마당 한쪽을 꽉 채운 장독대…. 수십 년 전으로 가는 시간여행은 또 다른 재미다. 중앙시장 안에 있다. 1인분 5000원. 055-741-2646.

(10) 국수냐 오징어회냐 - 부산 미포 하얀집

어떻게 썰었기에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는 오징어가 흐물흐물 흘러내린다. 칼질에 손이 워낙 많이 가 주인은 어깨 병까지 얻었단다. 하루 내놓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어 언론에 소개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주문 받고서 칼질을 시작하기 때문에 꽤 기다려야 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 하얀 접시에 담겨 나오는 새하얀 고깃결이 '예술'이다. 초장을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국수처럼 보들보들하다. 달맞이고개 입구 LG주유소 옆. 오후 6시에 문 열고 오전 5시에 닫는다. 걸어 5분 거리의 베스타온천에서는 통 큰 창으로 탁 트인 바다를 즐길 수 있다. 1만5000원, 먹통오징어순대 15000원. 051-742-7590.

(11) 멍게젓갈 비빔밥 - 거제 백만석 식당

맛이 가장 좋을 때인 5 ~ 7월의 멍게를 잡아 내장을 빼낸 뒤 1년간 숙성시켜 쓴다. 네모꼴의 다진 멍게를 올리고 김과 깨.참기름을 살짝 쳐서 낸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따뜻한 밥을 비벼 한술 뜨면 멍게 특유의 쌉쌀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반찬으로 나오는 멍게젓갈에 다짜고짜 젓가락이 간다. 잘 삭은 깻잎장아찌도 맛보시라. 말갛게 끓여내는 탕은 생선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다. 놀래미.우럭 등 그날 그날 잡히는 놈을 산 채로 쓴다. 거제시청 옆에 있어 찾기 쉽다. 멍게젓갈비빔밥 1만원, 해삼젓갈비빔밥 2만5000원. 055-637-6660.

(12) 김밥의 제왕 - 통영 충무김밥 거리

충무가 통영으로 바뀌는 데 따라 모든 이름이 바뀌었지만 김밥만큼은 여전히 충무김밥이다. 단순한 재료로 단순하지 않은 맛을 내는 게 세월이 갈수록 명성을 쌓아가는 비결이다. 앙증맞은 김밥을 양념에 버무린 오징어와 함께 입에 넣는다. 넓적넓적하게 썰어 멸치젓으로 담근 무김치를 한 입 와삭 씹으면 맛의 완성. 옛 여객터미널 거리의 뚱보할매김밥(055-645-2619)이 누구나 인정하는 원조다. 할머니들의 푸근한 서빙이 재미있다. 포장해 갈 생각이면 그 옆의 한일김밥(055-645-2647)이 전문. 새 여객터미널 거리에도 가게들이 모여 있다. 1인분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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