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산가족 재회 물꼬 트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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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국내외 동포들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한 사업을 적극화하기 위해 다음달 1일부터 정부기관에 '주소 안내소' 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방침은 6.25전쟁중 고향과 가족을 떠나 남한에서 생활중인 월남동포까지 포함된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으나 최근 몇가지 한반도의 상황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움직임이다.

우선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가 "정경분리 원칙 아래 북한과의 경제교류 및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방침" 이라고 밝힌 직후 나왔다는 점이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가 차기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해 나온 것이라면 우리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북한이 이산가족의 상봉을 위한 준비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에 유화적 (宥和的) 인 접근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던 김대중 차기대통령이 당선된 다음 첫번째 반응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주선한다면 이는 남한 당국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므로 이는 어떤 형태로든 남북한간의 접촉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남북한 접촉을 거부하며 폐쇄적 태도를 보였던 북한으로서는 주목할만한 방향전환이라 할 수 있다.

이 발표가 북한이 국가적 명절로 행사를 벌이는 김정일 (金正日) 의 생일을 택해 노동당과 정부 명의로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의 이번 조치는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의 조치에 의미를 두는 것은 우리들의 일방적인 기대로 끝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산가족의 상봉을 허용하는 것은 북한체제의 개방을 불가피하게 할 남북간 본격적인 교류의 1차적 단계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우리가 인도적 원칙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을 꾸준히 추진했으나 북한이 회피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이라고 그러한 이유가 제거된 것은 아니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교류와 화해의 지름길이라는 데서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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