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 난센스 두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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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환과 금융 위기' 라고 부르는 우리나라 경제의 당면한 침몰이 은행의 부실경영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침몰에서 우리 자신을 살려 내려면 은행을 고치는 일을 제쳐두고 다른 치료법은 있을 수 없다.

은행을 고친다는 것은 무엇보다 은행이 철저한 '돈장사' 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첫번째 난센스는 지금 우리나라 은행들이 그와는 전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숨어 있는 선창자 (先唱者)가 이끄는 무책임한 떼거리 금융 방식을 들고 나와 거기에다 '협조융자' 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마치 공전 (空前) 의 만병통치약인듯 부실기업들에 특혜를 베풀고 있다.

그 금리는 우량기업 대출금리보다 무려 10% 포인트나 더 싸다.

이렇게 하면 한국의 자본주의는 쉽게 말해 공동묘지로 가는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 (IMF) 아래서 은행돈 얻어 쓰기는 참으로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고 은행의 금리는 다른 나라 금리에 비하면 하늘의 별만큼 높다.

모름지기 금리는 '위험 (risk)' 이 높으면 따라 높아져야 자본주의다.

반대로 위험이 높을수록 싼 금리를 쓸 수 있는 사회라면 누구나 부도 (不渡) 를 내는 것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이 된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반 (反) 자본주의 관치금융체제로 이행 (移行) 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난센스는 이 관치금융은 그 누구도 깰 수 없을 신탁 (神託) 조항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모피아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로부터의 낙하산 인사에 그 불패 (不敗) 의 인적 (人的) 근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기관들의 요직은 재무부 출신 인사 3백60명이 장악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다.

앞으로 통합된 금융감독원이 출발하면 직제가 축소되는 현 재정경제원 공무원들이 대거 그쪽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하다.

게다가 그 원장도 전문성과는 별도로 정치권 내지 재경원 출신 인사가 하마평 (下馬評)에 유력하게 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는 갈수록 난센스의 태산 (泰山) 이 되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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