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11년간 새벽 가로등 끄기 용인송전중 서석정 교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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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누가 알아주지 않는 데도 87년부터 11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1백개의 가로등을 끄는 사람이 있다.

용인송전중 서석정 (徐石井.59.용인시용인면김량장동) 교감이 바로 그. 徐교감이 스스로 정한 소등 작업구역은 용인시용인면김량장동5리 부락과 역북리.중앙동.마평리 일대 주택가 골목길에 있는 수동식 가로등. “날이 밝았는 데도 골목길에 훤히 켜져 있는 가로등을 볼때 아까운 외화가 낭비된다는 생각에 안타까웠어요.” 徐교감은 용인 근처로 장기출장을 가 있을 때도 새벽에 택시를 타고 와 가로등을 끄고 다시 출장지로 떠난다.

먼거리로 출장을 갔을 때는 현지의 가로등을 끈 뒤 하루일과를 시작해야 직성이 풀린다.

겨울철에는 오전6시30분, 여름철엔 오전4시30분부터 가로등을 끄기 위해 집을 나서는 그의 '가로등 끄기' 는 어려울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절약정신에서 비롯된 것. 그가 11년째 타고 다니는 자전거는 고물상에 버려진 부속품을 3천원에 사서 조립한 것이고 입고 있는 양복도 40년전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교실에서 쓸데없이 전등을 켜거나 수돗물을 낭비하는 학생들은 어김없이 그로부터 호통을 듣는다.

이러다보니 학생들은 그를 '자린고비 선생님' '노랭이 선생님' 으로 부른다.

음악교사인 그는 또 30년동안 주말이나 공휴일.방학 때면 자전거에 전자오르간을 싣고 어깨에는 아코디언을 멘채 인근 고아원.양로원.교도소.장애아시설 등 불우이웃을 찾아 음악지도도 하고 있다.

“교사는 학교는 물론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도 교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입니다.”

徐교감은 절약과 봉사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이 시대의 사도 (師道) 인 셈이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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