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총비서 취임후 공식활동 작년의 3배…현장챙기기 '바쁜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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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김정일은 평양에 없다.

올들어 비우는 날이 늘고 있다.

지방나들이가 잦은 것이다.

지난 1월중 그의 '평양 부재' 기간을 따져보면 2주 이상이다.

지난해 10월 총비서 취임 이후 공개활동도 부쩍 늘고 있다.

새해 첫날 김일성 (金日成)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한 것을 시작으로 金은 지금까지 11차례 공개활동을 했다.

그중 일곱차례가 지방시찰이었다.

지방시찰 중 6일간의 자강도 (책임비서 연형묵) 현지지도를 제외하고는 몽땅 군부대 방문이었다.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지난해 金의 공식활동은 한달에 다섯번꼴인 총 59회. 이중 39회가 군부대 방문이거나 군관련 행사였다.

올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볼 때 공식활동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가 金에게는 김일성사후 가장 바쁜 한해가 될 것같다.

심지어 북한은 金이 '현지지도' 로 너무 바빠 올해 신년사가 '당보.군보 공동사설' 로 대체됐다고 설명할 정도다.

金의 중심활동은 역시 군관련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군심 (軍心) 을 확고히 잡기 위해 이미 여섯차례 군부대를 방문했다.

金은 부대방문중 내무반.세면장 등 사병들의 편의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일반병사들을 다독거리고 지휘관들의 횡령도 막기 위한 현장검열이다.

金은 지난 8일 '전국프로그램경연 및 전시회' 를 시찰, 컴퓨터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군이외 분야까지 행동반경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특히 1월16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자강도에 대한 현지지도는 김정일정권 출범후 첫 도 (道) 단위 시찰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만 했다.

그가 전력과 농업생산량 증대와 후방공급사업 개선을 지시, 경제분야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자력갱생식의 기존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재확인함으로써 별다른 대책이 없음을 드러냈다.

김정일의 활발한 움직임은 군 지지 확보와 함께 '사회주의 강행군' 에 주민들을 동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당국자는 "김정일이 평양을 자주 비워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군부에 대한 관심을 부각시켜 절대충성을 유도하기 위한 것" 이라고 분석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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