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난 탈출 '첩첩산중'…근본틀 변화없인 고난 이어질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김정일은 올 한해 북한경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정경 분리' 쪽으로 과감한 변화를 모색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경제개혁과정에서 나타나는 정경분리는 북한의 해묵은 숙제다.

지금 전망으론 올해 북한의 형편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식량은 최소 1백만t 이상을 국제사회 지원으로 메워야 한다.

석탄.철강.전력.운송 등 기간산업의 정상화 문제도 주민의 노력동원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대외교역은 90년대 들어 계속 감소, 외화갈증이 심각하다.

나진.선봉지대 개방 등 외자유치 노력도 기대만큼 성과가 없다.

한국에 몰아친 IMF 한파는 북한의 경제담당자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대북경협 기업의 70%가 사업보류 또는 포기의사를 이미 밝혔다.

북측에서 보자면 그나마 달러벌이 통로가 막히고 있는 것이다.

북한당국은 지난 수년간의 '고난의 행군' 을 넘어 올해는 '강행군' 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경제정상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연초부터 정무원 전원회의 등 잇따라 경제집회를 개최하고 분야별로 목표를 내놓았다.

석탄부문에서는 채탄장을 5백40개에서 6백40~6백70개로 늘려 장기적으로 하루 생산량 8만~10만t으로 증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는 하루 6만t으로 설정했다.

전력은 화력발전소의 실가동능력을 현재 95만㎾에서 1백50만~1백70만㎾로 끌어올려 전체적으로 3백만㎾ 수준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철강재의 월생산목표는 12만t, 철도부문의 올해 수송목표는 지난해의 2.4배다.

식량난 해결과 농업문제에 치중되지 않고 경제 전부문에 걸쳐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와 다른 의욕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북한경제가 회생의 길로 접어들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여전히 구태의연한 자력갱생원칙에 얽매여 있다.

자기완결적 생산순환구조에 대한 집착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판정이 오래전에 났음에도 그렇다.

무엇보다 '정치우선주의' 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제중시의 사고에 장애물이다.

경제분야에서 정부와 별도로 군과 당이 독자 지분을 갖고 있고 암시장이 제4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계획경제의 틀로 경제회복에 나선다는 것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김정일은 지금의 경제관리모델로는 경제난 타개가 어렵다는 외부의 지적에 고민하고 있다.

그의 최근 저작들이 변화의 불가피성을 간간이 내비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일의 개혁의지나 속마음과 달리 상당기간 자력갱생 슬로건을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한 한국과 서방세계의 불신과 소극적 자세도 장기화될 것이다.

따라서 '고난의 행군' 을 끝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원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