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상임위서 한나라당 단독 법안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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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당측은 여소야대의 한계를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과반수라는 보도 (寶刀) 를 휘둘렀고 칼자루를 빼앗긴 여당은 붉으락 푸르락이다.

14일엔 여러곳에서 야대 (野大) 의 위력이 한껏 발휘됐다.

우선 운영위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 단독으로 상임위에서 법안 (인사청문회관련법) 을 의결한 기록을 세웠다.

이정무 (李廷武) 자민련총무는 “우리 여당이 다음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면 한나라당처럼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인가” 라며 “한나라당은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다” 고 성토했다.

李총무는 “만약 야당측이 16일 본회의에서도 강행 처리하려 한다면 우리는 좌시하지 않을 것” 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야당이면 몰라도 여당측이 '본회의 봉쇄' 를 시사한 것도 의정사상 처음 벌어지는 일이다.

한나라당의 법사위원들은 노사정 합의의 위세에도 도전했다.

이날 밤늦게 공무원 직장협의회법의 상정을 저지한 것이다.

안상수 (安商守) 의원 등은 직장협의회가 근무환경개선.고충처리 등을 기관장과 협의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짚으며 “노조권한과 뭐가 다르냐. 노조설립을 금하고 있는 공무원법과 배치된다” 고 지적했다.

역시 한나라당인 변정일 (邊精一) 위원장은 표결에 들어가지 않고 안건을 법안심사소위로 돌렸다.

이뿐이 아니다.

사실상 이미 국정을 인수한 여당측이 내놓은 추경예산안도 야당에 보기좋게 딱지를 맞았다.

한나라당에는 요즘 “정권이 교체되었다지만 우리가 행정권을 잃었지 입법권마저 빼앗긴 것은 아니다” 라는 자위적인 논리가 퍼지고 있다.

“입법권 강화해서 의회민주주의 확립하자” 는 구호까지 나오는 판이다.

김진·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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