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정상회담, 왜 남쪽만 안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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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과거 정권 때와는 달리 국회를 창구로 한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겠다는 입장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여당이 답방 추진 과정에서 투명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런 방식으로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진다면 우리는 환영한다.

그러나 여권의 이번 정상회담 추진에는 유념해야 할 대목이 있다. 우선 김 위원장 답방 추진이 마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인 것처럼'몰아가는 분위기를 경계한다. 김 위원장의 답방에 목을 맨 듯이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는 남북 협상 자체에도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한다. 북한이 우리 정치권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우리 경제상황은 이제 구체적인 수치를 들지 않더라도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간첩을 '민주인사'로 인정한 의문사진상위원회의 결정 등으로 우리 사회 내부갈등의 골도 위험한 수준까지 심화돼 가고 있다. 우리의 이러한 시급한 문제를 먼저 해결해 가면서 남북 정상회담은 조용하게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떠들썩할 일도 아니고 호들갑 떨 일도 아니다. 또 만남 자체보다 이를 통해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북한의 핵 포기는 우리에게 매우 절실한 문제다. 이런 실질문제는 제쳐두고 무조건 답방에 매달려서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 측의 분위기와는 달리 북측이 남북 정상회담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대해선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이런 마당에 정상회담에 우리만 지나치게 연연해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내적으로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도 있다. 특히 이런 행사를 국내정치의 '국면전환용'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따라서 정상회담은 조용히, 치밀하게 정부 중심으로 추진하고 일이 성사될 지경에 이르러 국회를 통해 초당적인 합의를 끌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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