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뜨는 필리핀 유학 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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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뜨는 필리핀 유학 下
“영어 에세이 두려움 확 줄었어요”

 필리핀 유학이 뜨면서 학부모들의 정보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유학캠프 설명회마다 찾아 다니지만 대부분 홍보일색이다. 초등학교5학년 자녀를 둔 장명현(42·성동구 성수동)씨는 “주변에 유학을 보냈던 학부모들로부터귀동냥으로 얻는 정보가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유학 프로그램이 실제 어떻게 운영되고 영어실력은 얼마나 느는 걸까.2008년 클래스온(구 글로벌페르마) 필리핀단기유학에 참여했던 손하은(대도초교 6학년) 양을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이대로 공부시켜서는 상급반 아이들과 격차가 줄어들지 않을 것 같았어요.” 피은애(44)씨가 하은이를 유학 보내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다. 당시 하은이는 강남 소재 영어전문 학원의 중간 수준 반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피씨는 먼저 유학을 보냈던 선배 학부모들의 조언을 받아 북미가 아닌 필리핀으로 선택했다. 비용과 현재 아이의 영어 실력, 무엇보다도 혼자 공부하는 습관이 부족해 꼼꼼한 관리가 필요했다. 하은이는 “필리핀에서 첫 3개월간 하루 13시간이 넘는 영어집중수업을 받았고, 이후 6개월은 수학·사회·과학 등 교과목을 영어로 배웠다”며 “모든 수업은 1:1 또는 1:4로 진행, 매일 1시간의 한국 수학수업도 받았다”고 소개했다.

 하은이가 유학을 가기 전 치른 SLEP 점수는 67점 만점에 35점 정도였다. 중·고생이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50점이 넘어야 하고 보통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 유학 가는 초등학생들은 40점 이상이다. 하은이는 불과 3개월간의 영어집중훈련을 받은 후 치른 시험에서 50점을넘었고,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는 61점을 받았다. 하은이는 “영어 에세이는 처음 한 달 동안은 A4 반장을 채우기도 힘들었다”며 “지금은 영어로 소설 감상문까지 논리적으로 쓸 수 있을 정도”라며 활짝 웃었다.MELC의 하태욱 대표는 “실제로 하은이가 한국으로 오기 한 달 전에 썼던 A4용지 3장 분량의 영어 독서 감상문은 2~3년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은이는 2008년 12월에 귀국, 청담어학원에서 치른 레벨 시험에서 ‘알바트로스 등급’을 받았다. 미국에 2년 이상 유학하고도 받기 쉽지 않은 최고 등급. 도저히 줄일 수 없을 것 같았던 영어의 격차를 불과 9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영어에 자신감을 얻고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꿈을 갖게 된 하은이는 현재 국제중학교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모든 필리핀 유학 참가자들이 하은이처럼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진학의 꿈을 포기한 학생들에게 하은이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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