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거부한 미 공화 의원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지도부의 노선에 집단 반기를 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를 일삼는 지도부의 뜻을 거스르고 민주당과 협조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크게 늘었다. 지도부 노선만 따르다가는 유권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뉴욕 타임스(NYT) 인터넷판이 10일 보도했다.

미 하원은 6일 금융기관들의 불법 주택담보대출 등을 조사하기 위해 5억3200만 달러(약 7000억원)를 배정하는 법안을 찬성 367, 반대 59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하원의원(전체 178명) 3명 중 2명꼴로 찬성했다. 신용카드 할부 이자와 과도한 연체수수료 인상을 금지한 법안도 최근 하원에서 찬성 357, 반대 70으로 통과됐다.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신용카드 소지자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오바마의 호소에 공화당 의원 105명이 찬성한 것이다.

이는 오바마 취임(1월 20일) 이후 정부 정책에 반대해 온 공화당의 움직임과 대조된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지난달 29일 3조5500억 달러 규모의 내년 회계연도(2009년 10월~2010년 9월) 정부 예산안에 대해 “큰 정부를 만들려 한다”며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은 올 2월에도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이런 공화당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 심프슨 공화당 하원의원은 “민생과 관련해 민주당에 협조할 사안들이 있다”며 “우리가 주택담보대출 같은 사안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이 지도부 노선과 달리 투표하는 것은 반대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진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정재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