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초등학교, 경제난에 수업료 부담으로 전학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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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중구의 S사립초등교 4년에 재학중이던 金모 (10) 군은 지난주 집 근처 공립학교인 M초등교로 전학했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의류업체가 지난달 부도나는 바람에 학비부담을 줄이자는 이유. 사립초등교의 수업료는 3개월에 45만원이지만 공립초등교의 경우 수업료 부담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S초등교 관계자는 "매년 2~3명에 불과하던 전학자가 지난달부터 부쩍 급증, 벌써 10여명이 공립학교로 전학하려는 수속을 밟고 있다" 며 "오는 20일 봄방학이 시작되면 전학자 수는 20명이 훨씬 넘을 것 같다" 고 말했다.

IMF 한파로 사립초등교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재학생들의 공립초등교 전학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성동구 H사립초등교는 현재 16명이 공립학교 전학을 위해 수속을 준비중이다.

이중 5명이 부모의 사업실패로 인한 것이고 나머지도 정리해고 등 경제적 이유라는게 학교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같이 사립초등교에서 공립초등교로의 전학자가 늘고 있는 것은 서울시내 38개 사립교중 E.K.H초등교 등 3~4곳을 제외하곤 공통적인 현상으로 교육청마다 "전반적으로 예년에 비해 전학자가 5~6배 가량 증가한 수치" 라고 밝혔다.

서울은평구 예일초등교 이동태 (李東泰.54) 교무주임은 "정리해고가 본격화될 3~5월께 대규모 전학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며 "이러다간 학교 재정도 걱정스런 상황" 이라고 말했다.

신학기를 앞두고 사립초등교 지원자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말 시내 38개 사립초등교 신입생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은혜.추계.동북.광운초등교 등 8개교는 유례없이 미달사태를 빚었다.

서울노원구 C초등교 관계자는 "지원율이 떨어진데다 입학하기로 한 1백60명중 현재 10명이 입학포기를 통보해 와 난감한 상태" 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사립초등교의 경우 앞으로 빠져나갈 신입생에 대비, 5세 조기입학생을 예비합격시켜두는 비상조치까지 취해놓은 상태다.

김현기·최재희·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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