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고 왜 나왔나…합의 뒤집기에 외국인 투자심리 싸늘해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제통화기금 (IMF) 이 한국에 긴급자금을 지원하면서 가장 강조해 요구한 것은 세가지다.

기업 구조조정.부실금융기관 정리.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그것이다.

이 세가지를 해결하지 않고는 돈을 아무리 지원해봐야 '밑빠진 독에 물붓기' 라는 판단에서였다.

지난해 말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정부로서는 이 세가지 개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금융기관 정리는 정부 주도아래 이미 구체적인 사항이 진행중이다.

문제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인데 이는 金당선자가 주도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정부가 어떻게 하기에는 더더욱 어려운 문제였다.

그래서 IMF는 노사정 (勞使政) 합의를 이끌어내기를 원했었다.

그런 만큼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이뤄낸 '노사정 합의문' 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획기적이고 한국의 신뢰회복에 전기가 될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 그 '노사정 합의문' 이 사실상 백지로 돌아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곧바로 어렵게 회복돼 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신뢰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릴 파괴력을 갖고 있다.

뉴욕협상에 참석했던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협상에 참가했던 외국인들은 노동문제가 제대로 해결이 안돼 소요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가장 우려했었다” 며 “노사정 합의문 발표로 살아난 신뢰감이 다시 깨져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을지 정말 걱정” 이라고 말했다.

IMF나 신용평가기관들은 물론 국내에 나와있는 외국인들의 시각도 싸늘하기 짝이 없다.

NCH 코리아의 조지 윌리엄스 사장은 “노사정 합의를 정면으로 뒤엎은 민주노총의 결정은 그렇지 않아도 한국경제에 불안한 시각을 갖고 있는 외국에 대한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이라며 이는 “외국기업의 투자의욕을 크게 감퇴시킬 것” 이라고 지적했다.

롤프 슈트렐레 한국 베링거 만하임 부사장의 지적은 더욱 따갑다.

합의번복을 '전형적인 한국적 (typical korean style)' 이라고 꼬집은 그는 “이러한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외국자본의 대한 투자심리를 냉각시킨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고 못박았다.

그는 또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노사정 모두 현재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모르는 것” 이라며 “정리해고를 비롯한 노사정 합의가 국회에서 비준될지도, 설사 통과된다 해도 실무선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행될지도 의문” 이라고 말했다.

고현곤·유권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