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최대 … 버핏 “에너지 거품에 투자한 것은 중대한 실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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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호 28면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이 국제유가 거품에 취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올 1분기에 순손실 15억3000만 달러(주당 990달러)를 기록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9억4000만 달러(주당 607달러)의 순이익을 냈었다.

버크셔해서웨이 1분기 15억 달러 손해

버크셔해서웨이가 분기 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1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버크셔해서웨이는 9·11테러로 막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바람에 손해 봤다. 올 1분기 손실 규모는 최근 20년 만에 최악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버핏이 미 석유회사인 코노코필립스에 베팅했다가 19억 달러(2조4000억원)를 날린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는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값이 급등하던 지난해 코노코필립스를 대거 사들여 7120만 주까지 보유했다. WTI 값이 배럴당 140달러를 넘나들던 지난해 6~7월 코노코필립스 주가는 9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이 회사 주가도 미끄러져 현재는 절반 수준인 46달러 선을 맴돌고 있다.

버핏은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투자에서도 13억 달러 정도 손실을 기록했다. 다행히 버크셔해서웨이 주력 업종인 보험 부문에서 이익을 보고 자본 손실을 근거로 세금을 환급받아 올 1분기 손실을 15억3000만 달러로 줄였다.

그는 투자자에게 띄운 편지에서 “에너지 가격이 그렇게 폭락할 줄은 몰랐다”며 “끔찍한 순간(버블의 정점)에 코노코필립스를 사들이는 바람에 버크셔해서웨이에 손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그 순간에 코노코필립스를 사들인 것을 “중대한 실수(Major Mistake)”라고 말했다.

한편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주식들의 가치는 지난해 32% 줄었다(평가손실). 올 1분기에도 1.4%가 더 줄었다.

특히 버핏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자 “미 경제를 믿는다”며 사들인 미국 종목들 가운데 상당수가 올 1분기에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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