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관광하던 일본인 “시위 진압 경찰관에 맞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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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인 관광객이 서울 도심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요시이리 아키라(43)는 8일 본지에 보낸 e-메일에서 “2일 밤 명동 관광에 나섰다가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관에게 맞아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후 10시30분쯤 명동 밀리오레 부근에서 시위대와 마주쳤다. 동행하던 어머니를 옆길로 피신시키자마자 뒤에서 100명이 넘는 경찰관이 나를 향해 돌진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순식간에 밀려 넘어지자 경찰관들이 나를 둘러싸고는 때리고 발로 찼다. 영어로 ‘나는 일본인이다’고 외치자 폭행을 멈췄다”고 전했다.

요시이리는 “숙소로 돌아가 호텔 측의 도움으로 인근 병원에 갔더니 오른쪽 갈비뼈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의사가 입원을 권유했지만 진통제 주사만 맞고 다음 날 오전 2시30분쯤 호텔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당시 통역을 했던 호텔 직원이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3일 호텔로 찾아가 요시이리를 조사했으며, 그가 일본에서 여행자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확인서를 써 줬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사 당시 요시이리가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4일 일본으로 돌아간 요시이리는 e-메일을 통해 ‘자신을 구타한 경찰관이 누군지 진상 규명을 원한다’고 밝혔다.

당시 시위 현장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또 다른 일본인 남성도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연행자와 함께 경찰버스에 태워 구로경찰서로 향하던 경찰은 그가 계속 일본말을 하자 여권을 확인한 뒤 풀어 줬다. 현재섭 남대문경찰서장은 “요시이리의 주장이 사실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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